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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090222

고등학교 때 이어령과 다른 한분 국문학자와의 대담으로 엮은 기사가 한국일보에 고전의 바다라는 제하에 연재 되었는데 어머니는 매주 스크랩 해두셨습니다. 띄엄 띄엄 읽던것을 대학에 들어 갈 무렵 학교 앞 서점에서 , 그 대담 기사를 모아 현암사에서 단행본으로 나온것을 사서, 오랫동안 한번씩 들춰 보던 것이 , 지금도 창고 어딘가에 있을겁니다. 비평이라기보다는 창의적 재구성에 가깝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대화하고 받아 적은 저자의 문장도 미려하며, 깊은 울림이 잘 전달됩니다. 그의 말은 죽음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 반짝거리는 호기심마져 느껴지는, 가볍고 경쾌합니다. '메멘토 모리'의 도식, 어둠, 칙칙함, 무거움은 미지의 두려움의, Chtonic art는 아직 실감 하지..

나의 이야기 2022.09.02

rosa

1655년 치명적인 전염병(페스트)이 나폴리를 휩쓸었을 때 살바토르 로사 (Salvator Rosa 1615-1673)의 15세의 아들 로살보와 그의 형제, 누이의 가족( 부부와 다섯아이들) 이 모두 죽었습니다. 자신에게 처해진 불행을 그림으로 완성하며(1657년) , 모든 사람에게 차별없이 가해지는 불행한 운명이 인류를 지배하는 방식이라고 확신하며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씁니다. " 인간사는 기쁨과 슬픔의 기괴한 혼합에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살아난자들을 기뻐하고 떠나갈 위험에 처한자를 위해 떨지 않을 수없다. 마음껏 울어라, 그것이 별과 운명과 하늘이 원하는 것이다. " 섬뜩하고 황량한 그림을 그린 그는 실은 뛰어난 희극배우, 풍자가, 시인이며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교계의 호사가입니다. 그의 집은..

카테고리 없음 2022.09.01

파친코

파친코의 첫문장은 "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이 없다." 라고 시작 합니다. 식민지 시대에 돌입하는 조선의 말기와 마치 자궁과도 같은 모국의 고향을 떠나 이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인간들은 그와 같은 선언을 하면서 지난한 삶을 전개 해 나갑니다. , 파친코는 개인의 심리에 대해 파고 들어 가지 않습니다. 실존이나 개념 , 상징과 무의식의 도식으로 개인과 관계라는 구조와 해체 가 스토리를 우선하기 이전, 낭만과 사실, 본능적인 생의 의지와 , 사랑이라는 서사적 스토리를 이루던 시대의 이야기 입니다. 120년전 프로이트와 정신 분석학자 들이 인간의 심리를 분석 함으로써 우리는 정신에 대한 새로운 사유의 방식을 얻었습니다. 개인individual이라는 단위를 규정하고 그들사이에 관계라는 역학이 발생하..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병원에서 제공해준 작은 내 방 책상 위에, 어머니의 사진을 넣은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밑에 찍힌 날짜로 보면 1983년 2월 . 책상에는 포장지로 싼 작은 책 같은 것. 쟁반에 담긴 다과로 보아서는 아마 제자들이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러, 들렀다가 찍은 사진일 듯 합니다. 어머니는 웃고 찍은 사진이 없으십니다. 반쯤 일그러진, 어딘지 슬픈듯, 시선은 항상 카메라를 피하십니다. 검은 두루마기 차림입니다. 어머니는 경대는 물론 거울 하나 없으셨습니다. 어머니의 어머니, 외할머니가, 큰딸을 평생 돌보셨는데, 어느해 생신때 큰 액자형 거울을 사다 걸어 주셨습니다. 사무실 개업에 쓰는 것 처럼, 밑에는 축 생신이라는 문구 까지 부탁해서 주문 하셨습니다. 사진 안에는 다이얼 로 돌리는 검은 전화기 철제 캐비넷 꽤..

나의 이야기 2022.08.25

문학수업

페이스북 어느 국어 선생님이 새학기를 시작 하는 수업시간의 단상을 적어 올리셨습니다. 저와 동시대를 살아 오셨을 듯한 연배 십니다. 예시로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 헷세의 나르치스와 골트문트를 들어 문학의 쓸모를 피력 합니다. " 삼포는 실제 지명이 아니라 가상의 지명이다. .그러니 꼭 공간이 이상향일 필요가 없고, 때로는 한권의 책, 음악,미술 작품도 우리에겐 삼포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본다.. 너에게 삼포 같은 곳이 있느냐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살다보면 길에서 떠돌기도 하고 애환과 고난의 바다가 몰려오기 마련인데,, 죽고 싶을 마큼 힘들때 우리에게 삼포가 있어야 하지 않겠니, 그것이 없다면 이 험한 생을 어떻게 살아 가려고 하느냐... 나는 나르치스와 골트문트를 읽으면서 우리에게 예술과 삼포가 ..

일지 081822

비온 뒤 오랜만에 산에 들어갔습니다. 상수리 나무 가장자리가, 몊 잎.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네 엄밀하게는 젊은 초록 색조가 빠져 나갔다고 해야 사실이겠지요) 산은 햇빛이 깊숙히 들어 가 무장한 초록의 병사들이 방어를 포기한듯 속내를 드러냅니다 . 군데군데 인간이 쓰다버린 물건들이 그 산에 안어울리게 뒹글고 있습니다. 태어나 얻은 물건들을 하나 둘 버리고 최대한 자연의 모습이 되어 돌아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산의 나무에 기대여 , 빛바래고, 서서히 닮아 가던지 비온 뒤 버섯이 많이 자랐습니다. 산을 헤집고 귀한 버섯이나 삼을 따다 약으로 쓴다는 것을, 저는 그 효능을 믿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 정성, 산의 치유력을 상징적으로 섭취하는 의미는 아닐까.. 저혼자 가설을 세워봅니다. 어렸을때 본..

나의 이야기 2022.08.18

장미의 이름 2

에코의 종교적 담론,중세의 수도원, 건축, 회화의 장대한 지적 탐구, 치밀하게 묘사된 미로나 이윤기의 미려한 번역 문체가 아깝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 건너 뛰어가며 , 그저 나의 관점을 집중 시키는 문장을 체크 하면서 그럭저럭 장미의 이름, 완독했습니다. .." ... 비극이 연민과 두려움을 야기시킴으로써 카타르시스의 창출, 즉 이러한 감정을 씻어내는 과정.. 희극이 어떻게 어리석은 자들을 즐겁게 함으로써 바로 이 감정을 씻어내는지 ... 인간은 웃을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웃음이라는 현상. 현자에서 우자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인간을 모방하고 속임수로 관중을 놀라게하고 불가능 한것을 왜곡하고 자연의 법칙을 깨뜨리고 엉뚱한 것 모순 된것을 대비 시키고 등장 인물의 품격을 떨어 드리고 희극적이고 천박한 몸..

그림 연습

인터넷에 올라오는 이미지 중에 유난히 마음에 끌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장해 놓았다가 모사 해봅니다. 데자뷔 déjà-vu나 자메이스뷔. (jamais vu.) 마음을 담아 시선이 내리 꽂히는 대상일겁니다. 유동 불안( free floating -anxiety) 라는 말도 있습니다. 집중해서 붙들고 있는 아주 소량의 의식을 제외하면 우리의 정신 활동의 대부분, 그런 모호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감정이 실리거나, 자극 적인, 과거의 기억일 수도 있고, 유난히, 개인적 특성으로 과민해지는 무심코 지나쳤던 감각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드러내고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이해가능하여 그 모호성을 벗겨 내는것이 정신을 안정 시킬 수 있다하여 정신분석이라는 특수한 치료 방식을 발달 시켰고, 단지 그에 묻어나는 불안과 우울등..

Psychiatrist 2022.08.17

정신 머리 챙기기

미리 성묘를 다녀 왔습니다. 비가 그치고 또 예보가 있어 그 사이에 새벽 일찍 출발 했는데도 연휴 로 고속도로로가 많이 정체 됩니다. 요즘들어 부쩍 옛 생각에 잠기는 때가 잦습니다. 그 기분은, 차분하고 안온하면서도, 약간은 서글픈. 참 또렷한 기억 들입니다. 남편의 고향과 내가 자란곳은 비교적 지척입니다. 그 중간 사이의 여러군데. 공통의 추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시절, 최초의 사회적 관계의 형태는 차이가 많습니다. 그 다름이 섞이고 우리만의 독특한 관계를 이루기 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마치 복습하여 다지듯, 자기가 살아 온 방식에 대해 주고 받습니다. 전에는 서로 타협점을 찾기도 전에, 상대의 태도에 대해 전혀 이해 할 수 없어 다툼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보다도, 오히려 다른 관점으로 볼 수있어..

나의 이야기 2022.08.16

일지08/12/22

1. 무자비하게 몰아치던 폭우가 겨우 그쳤습니다. 그러고는 밤에는, 휘영청 보름달이 떴습니다. 붉은 기운 마져 돕니다. 마치 자연이 주는 엄중한 경고를 알아 들었느냐. 연한 잿빛 구름으로 섞이면서 서쪽으로 기울어 진 다음에야, 잠이 들었던 듯 하고, 그러나 꿈이 어지럽습니다. 2. 젊어서는 남편이, 바로 일 이주의 계획도" 아직은 뭐라 할 수없다고 결정을 내려 주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성격의 탓으로만 알ㅇㅆ는데, 제가 요즘그럽니다. 단, 몇시간 후의 일도, 어찌 될지도 가봐야 안다고 단정 하지 못합니다. 아침 마다, 혹 저녁에 못 돌아 올지도 모르니, 뒷처리를 꼼꼬하게 해놓고 확인 한다음 집을나섭니다. 그렇다고 불안 하거나 초조하거나 그런 것도 아닙니다. 시간이 언제 끝나게 될른지. 어떤 사건과 변화가 ..

나의 이야기 2022.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