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성묘를 다녀 왔습니다. 비가 그치고 또 예보가 있어 그 사이에 새벽 일찍 출발 했는데도 연휴 로 고속도로로가 많이 정체 됩니다.
요즘들어 부쩍 옛 생각에 잠기는 때가 잦습니다.
그 기분은, 차분하고 안온하면서도, 약간은 서글픈.
참 또렷한 기억 들입니다.
남편의 고향과 내가 자란곳은 비교적 지척입니다. 그 중간 사이의 여러군데. 공통의 추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시절, 최초의 사회적 관계의 형태는 차이가 많습니다.
그 다름이 섞이고 우리만의 독특한 관계를 이루기 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마치 복습하여 다지듯, 자기가 살아 온 방식에 대해 주고 받습니다.
전에는 서로 타협점을 찾기도 전에, 상대의 태도에 대해 전혀 이해 할 수 없어 다툼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보다도, 오히려 다른 관점으로 볼 수있어, 상대의 어린 시절을 서로 위로 하기도 합니다.
동네에 남아있는 자손들이 ( 그들 또한 이미 노인에 속합니다) 대대적인 벌초를 할 것이라,
장마에 한길이나 자라오른 풀들을 맨손으로는 어쩌지 못하고 대충 자리잡고 배를 올립니다.
다시 아리고 쓸쓸합니다. 남은 추억은 사랑아닌 것이 없습니다.
성묘후에는 매번 근처에 아직고 살고 계신 큰 시누이님을 만나러 갑니다.
시집에서 처음 뵈었을때 추상같이 날카롭고 단정하던 그분 나이을 꼽아 보니 그때가 겨우 사십중반이었습니다.
식사 준비 하시겠다고 허둥 대실 까봐 출발 하고 나서야 전화를 드리는데 한참을 받지 않으십니다.
평생 낮에 빈둥거리며 놀아 본일이 없으십니다. 눈뜨고 주무시기 직전까지 , 봄 부터 가을까지 ,
온갖 농사 다 지어서 겨울 전에 김치공장 처럼, 수백포기 김장하시어 전국에 흩어진 자식, 형제, 친척까지 다 돌리고 나서야 한해를 마무리 하시는데 올해 여든도 훨씬 넘으셨습니다.
평생 단 한번도 자기 연민이나 한탄의 말, 남이야기 하신적이 없습니다.
도무지 그 분의 의지가 꺽이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겨우 통화가 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고 하시다가 겨우 알아 내시고는 또 다른 소리를 하십니다.
그새, 새벽 부터 밭매다 물 한잔 마시려고 잠깐 들어와서 전화를 받으셨답니다.
극구 말려도 밥안치고 얼려놓은 생선이랑, 텃밭나가서 가지 고추를 뜯어 오십니다.
그런데 확실히 전보다 많이 어수룩하십니다. 이명이 심해서 잘 들리지 않으신다 합니다.
말리고 말려서 겨우 반찬수 줄이고 냉장고에 있는 것으로 대충 점심상 차리는 것 도와드리는데 ,
잠시 불에 올려 놓은 냄비의 물을 버리느라고 싱크 쪽으로 가져다가 다시 올려 놓는 잠깐사이에
가스레인지의 중간 밸브를 잠궈 놓으셨습니다.
혼자지내시면서 혹 자식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될까봐 철저하게 주변을 챙기고 단속하고 사시니다.
집 안팎은 젊은 시절과 마찬가지로 흐트러짐 없이 정갈합니다.
건망증이 자꾸 도를 넘습니다.
그럴 때마다 낙심하고 때로는 두렵기 까지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몸에 배이게, 조심하는 습관을 놓치 말아 야 할 것입니다.
세상이나 남 일이나, 멍하게 먼 산 바라보는일 없이, 내 발밑, 내 정신머리 붙드는일에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크신 어른이 올 가을에도 김장 김치를 주시리라, 속없이 어린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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