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624

20250228

출근길 버스 에 오르자 마자  열 대여섯 쯤으로 보이는 한 소년이 해맑은 웃음으로 아는티를 낸다 게다가 자기 옆에 앉으라고 빈좌석을  가르킨다 혹시 진료실에서 만난 아이일까  기억에 없는 것 같다. 내가 다른 데 앉으니  , 내 자리 옆 통로 건너편  으로  옮겨 앉으면서 열린 창문을 닫으며 다시 눈 마주치고 웃는다- 추워서 닫아야 해 아 ( 쓰고 싶지 않는 단어이지만) 장애가 있어 보인다. 혹시 그래도 놓쳤을까봐,-이름이 뭐에요? 물으니 , 다시 해맑게 또박또박 이름을 말하는데 역시 모르는 아이다.왜 나를 찍어 아는 체 하는 걸까, 그러나 애잔하면서도 이쁘다 어디가? 또 묻는다. 어떤 단어를 고르면 잘 알아 들을까-일하러 가요 -나는 배우러가 그러고 또 배시시 웃는다. 푸른색 점퍼는 계절에 적당하고 깨..

나의 이야기 2025.02.28

new year resolution -從此經出

올해 새해결심은 나름  진지하게 해도 될 것이다. 이유는1. 지하철 경로우대  카드가 발급 된다 명실 공히 사회로 부터 인정 받는 노인 층에 돌입했다.주민 센터에 가면 바로 내 준다는데  남편은 일년이나 지나서 받으러 갔다. 나 역시 시간이 있을지 모른 다는 핑계가 있지만 내심은 , 실감이 나지 않는다. 2.  올해가 십년째이다, 오만 하게 살아 왔던 ( 물론 훗날 서서히 깨달은 바이지만)  전반기 인생이 곤두박질 치는 큰 사건이 일어 났고,그것을 수습 하느라 걸린 시간이다. 물론 당시의 절망적이라고 느꼈고 고뇌하던 상황이 그다지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의 결과 를 예측 했더라면 그간의 온갖 부질 없는 노력을 하지 않았었을 수도 있으나, 인간의 깨달음이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축적으로 ..

나의 이야기 2025.01.02

나의 아버지

1919년 생 아버지는  농부의 맏아들로 태어 나셨다. 왜 그런지, 아버지의 아버지는  격식을 싫어 하셨다. 8월 무더위에 돌아 가시면서도 자식들 더운데 상복 입히지 말라 하셨다.  삼형제 모두 대처의   학교를 보내셔서 아버지는 서울의 보성전문학교(상과) 를 나오셨다.바로 스승인 인촌의 배웅을 받으며 , 곧 돌아오라는 약속을 뒤로 하고 고향의 중학교에 임시로 교사가 되었던 것이 평생 교직에 몸담게 되셨다.  아버지는 중년이 되어서 건 10년 간을 전주 고등학교에 교감으로 남으셨다. 때가 되어 교장 승진과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셔야 했는데 명석한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 떠나지 않으셨다. 교과 를 맡지 않았지만 교사가 비는 수업에 들어가 , 아무때나 수학이나 영어 국어 수업을 진행 하셨고 어려운 수..

나의 이야기 2024.12.30

세월

1. 염색을 처음 시작 한 것은 10년 전입니다. 머리 염색은 커녕 , 돌아 가실 때 까지  치아가 다빠지도록  보철을 거부 하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저도 꾸미는 것에 대한 일체의 무관심으로  평생을 보낸터라,  아마  직장 생활을 안했더라면  그나마도 안했겠지만, 당시 흰마리가 늘어 나는 것,( 심하게 우울 할 일도  있었고) 기분 전환으로 시작 했던 것이 지금것 정기적으로 염색 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간격은 최대한 늘려 버틸 때까지 버텨 봅니다만, 오늘 아침 빗질 하다가 검은 머리로 덮힌 안쪽은 백발입니다.  이번주에는 해야 되겠다. 마음 먹으면서 드는 심정" 아 그래도 새로운 머리 카락이 계속 자라나오고 있구나( 비록 멜라토닌이 말라 버렸을 지라도) , 고마운 일입니다.  2. 주말에 옛날 드..

나의 이야기 2024.12.16

믿음에 관하여

저는 잘 속는 편입니다. 물질적인 것에는 무관심 한 탓에 ( 조금 백치 수준입니다) 금전적인 손실을 보지 않지만 인간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 기준을 정할 수 없는 예측불가에 감정적인 듯 합니다.가끔은 남들 다 아는 인간 행동 심리를 파악 하지 못해서 좀 어이 없어 하는  지적을 받고결정을 철회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 이런때     약간의 불안과 분노 우울 감정이 동반하기도 합니다)그 것은  다분히 어머니의 성향을  이어 받은 듯 합니다.어머니가 정년퇴직을 하시고, 고향집에 혼자 사실 때, 동네 사람들( 특히 아이들) 에게 무조건 믿으시고 선심을 베푸셔서   맘 좋은 할머니로 통했고, 집은 아이들 놀이터 같았습니다.   자식들은 혹  나쁘게 이용  당할 수 있다고  걱정 하셨는데, " 몰라, 나중에 어..

나의 이야기 2024.11.22

월동 준비

월동 준비라는 어렸을 때 많이 쓰던  단어를 한참 궁리 하다가 찾아 내었습니다. 1. 근무지의 제 방은  근처에 재개발 사업이 차례로 진행 되고 있는 구 도심의  오래된 건물의 3층에 있습니다.진료실과 별도로 마련해 준 이 구석방은  저에게는  가장 만족스러운 근무조건입니다.처음 부임해 올 때부터 방풍용 에어켑 비닐로 창문을 덮고 있었는데 먼지가 끼고 반 투명에 가까워 창 밖을 내다 볼 일은 없었습니다. 간 혹, 도무지 경로를 짐작 할 수 없는 매미나 파리 같은 벌레들이 비닐 안의 창틀에 말라 죽어 있어, 그 부분 만 칼로 잘라서 꺼내고는 했습니다. 천성이 무얼 꾸미고 바꾸거나 새로 물건을 사드리는 일에 무심 합니다. 옆 방의 후배가 근처 커튼 가게에서 세일을 한다고, 블라인드를 달면 어떻겠냐고 제안 하..

나의 이야기 2024.11.20

일지 241107

1. 오에 겐자부로의 아들 히카리는 , 그의 할머니를 방문하고 돌아 오는 길에 이렇게 인사합니다 " 힘내서 죽으세요"잠시 어리둥절 하던 할머니는 크게 웃으면서 " 고맙다" 고 대답합니다.지능이 낮은 히카리는  추상적인 언어 구사를 하지 못합니다.연약해 보이는 할머니가 힘을 내셔야 할 것 같고 노인이라면 죽는 큰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 했을 지도 모릅니다. 2. 오랫동안 산에 가지 못했습니다. 의욕이 떨어졌거나 게으름 때문입니다. 건강 검진에서 혈압이 높다는 위험 판정을 받았습니다. 가족 력이 있는데다가 웨이트 조절 도 신경 쓰지 않고 무심 했다는 게 한심합니다. 3. 약도 챙기고 다시   아침 산책을 하려니 해가 짧아 져 있어 어둑한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합니다. 지난 주 까지  반 팔 옷을 입고 다녀야 할..

나의 이야기 2024.11.07

안개에 젖은

1.안개가 자욱하게 내려 앉은 한강을 보면서 출근 했습니다. 한강. 그녀의 이야기로 다들 조금씩 들떠있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오랫 동안 눌려있었던, 어떤 것들,조급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들, 한눈 팔기,무용한 것들에 대한 나른한 사랑( 미스터 선사인의 아나키스트 김희성의 대사) 짓밟힌 생명에 대한 슬픔이 가득히 고이는  눈매, 맑은 샘.그녀가 고히 간직 하고 있던 것을 우리 앞에 펼쳐 내보이는 것 같습니다. 2. 사랑 하기를  두려워 합니다. 또는 사랑 할 수 없을 까봐, 그 방법을 몰라서 허둥댑니다.죽어라고 사랑을 하고 보니, 그것은 내안의  좁고 두터운 벽에 갖힌, 나혼자 떠들고 아파하고 발버둥치는 허구의 사랑입니다. 그가 그 인채로 나는 나인채로 사랑을 주고 받을 수는 ?어렵습니다. 3. 어제 회..

나의 이야기 2024.10.16

남아 있는 나날의 시작

1. 혀부터 꼬입니다.본래 말을 잘하는 축은 아니 었지만  점점 더 단어도 더디 나오고  상대의 말을 이해 하는 속도도 느려 다소 황당하게 대답 하는 경우도 , 뒤늦게 깨닫고 수습 하기도 합니다.진료를 볼 때 ,  과거, 명경처럼, 잔잔 한 호수 처럼 상대를 비추어 주는, 리스너가 되어야 한다는 미덕이 전설이 되어 버린  적절한 반응을 순발력 있게 피드백해주어야 하는 요즘 트랜드로는 답답한 치료자로 비춰질지, 다소 걱정이 됩니다.그렇다고 젊은 시절 만큼 그런일을 그리 개의치는 않습니다. 자존심 보다는 즉시 실수를 인정하고, 상대도 역지사지 할 거라는 믿음이 있기도 합니다.  노련해졌거나, 뻔뻔해졌거나, 그랬겠지요, 2. 그러나 허망합니다.  건강이나 외모에 무신경 한채로, 평생을 보내 왔던 터라 이제 와..

나의 이야기 2024.09.27

오랜만에 . 깨고 나서 생시라는게 다행이다 , 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수년전  암담하고 헤어 날 길이 없이 고통 스러운 시간에 느끼던 공포가 그대로 발현 되었습니다.  당시 그 근본 적인 원인은  의심이었습니다. 즉, 나를 괴롭히는 것이  의식의 영역에서는 아니었다해도 나의 총체적인 인격이  지어낸 이야기와 행동으로 각색된 한편의 드라마입니다.등장하는 인물은  나의 동굴  벽에 드리운 그림자 일뿐일 겁니다.  지금은 다 지나가 버린 그 일이 왜 다시 나타나는 것일까,프로이드는 꿈이  정신을 보호하고 균형을 잡는 역활을 한다 했습니다.( 비슷합니다.)자아가 무너지려는 때에는 묻혀 있던 것이, 어느 정도는 이고가 견고해져서수비 가 가능 하여  통제가 조금은 느슨해 지는 때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처럼,..

나의 이야기 202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