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379

배려

정신의학에서 좋아 졌다 중요한 표지로 '병식(insight)이 생겼는지' 를 봅니다. 병이 있다 또는 병적인 상황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우선 입니다만그러나 그 이후로  체화 體化 ,  훈습 薰習 해 나가는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래에 제 나름으로는 "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걱정하게 되는 마음 " 을  회복의 신호로 정합니다.고통스러운 정신상태이건, 피해 망상이건 간에  폐쇄적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매몰되어  자기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한 행동으로 나타나며  결국 입원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그러나  푹팔적인 광기의 초기 시간들이 완화되면, 주변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증오하고 왜곡하던가족을 보고 싶어 하며 드디어, " 자신의 언어' 가 아닌, . 타인과 사회적 언어에 귀를..

Psychiatrist 2025.03.10

나의 친구들

불행 배틀로 치자면 저도 만만 치 않은 편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비교 대상으로서 안도를 주는,그게 또 저에게는 ( 바닥의 안정감 같은)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고통스러웠던 세월( 이라 할 정도로 긴 시간들 이었습니다) 을 견딜 수 있었던 요소들은 차선을 생각해 내는 낙천적 성격이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기회를 들 수 있지만,나의 환자 친구들을  우선 꼽아야 합니다.일을 쉴 수 없어 ( 타고난 성실성입니다) 출근을 했고 병동  아침 회진을 끝내면 대부분 평온함을 느낍니다. 환자가 나의 스승이다 라는 상투적인  치사나 치례가 아닙니다. 번듯한 인간으로 만들어 다시 사회와 가족에게 복귀 시켜야 하는 병의 치료 행위에는 회의를 느낀지 오래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만성 환자를 봐 왔습니다)요즈음 주로 하는 일은 ..

Psychiatrist 2025.01.08

금기

1.병동의  루틴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는 휴일인 성탄절에  그날 근무자들이  무료할 환자분들을 위한 영화 상영을 했는데 .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파묘를 골랐답니다. 팝콘과 도너츠도 제공되어서 대단히 만족 스러워 하셨답니다. 다음날 회진 시에,  이견들이 나왔습니다. 일반인도 충격받을 내용인데?그날 밤이나, 다음 날 까지도, 영화로 인한  정서적인 문제나 불면을 호소 하는 분들은  평소 보다 더 적은  평온한 병동 분위기입니다.2. 리움 미술관의 한 전시 로 인해 (이은새  완벽한 사랑의 형태) 외설 시비로  비판과 항의가 쏟아졌답니다. ( 인터넷 기사의 '예쁜 아이들 심성에 오물을 끼얹을 것.'. 이라는 댓글에 실소 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3. 마광수 교수는 샤론 스톤 주연의 원초적 ..

Psychiatrist 2024.12.27

학회 참관기

본래도 아카데믹 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학회 참석은 게으릅니다. 지난 토요일,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관여 했던 학회의 년말 세미나에 참석 하느라 서둘렀더니 너무 일찍 도착해 한시간이나 여유가 생겼습니다.  항상 들고 다니던 읽을 거리 조차 미처 챙기지 못해 난감 하던차에( 전에는 그리 흔하던 길거리 서점은당연히 찾아 보기 힘듭니다)!. 두리번 거리다 눈에 들어오는 동네 도서관!. 주말인데도 북적거리고  현대적 건물에 유리창이 커서 밝고  난방이 잘되어 아늑합니다. 세미나 시작 전에 둔해진 지적 활동을워밍업 하는데 안성맞춤입니다. 다른 능력은 몰라도  책 고르는 것은 자연 스러웠는데 독서력이 후퇴하여 선뜻 골라 내기가 어렵습니다. 결국은 그림이 많이 들어 있는 미술 관련 서적 두권 .젊은 후배..

Psychiatrist 2024.12.02

사랑한다면 믿어 주세요

아침 회진 중에 . 벽에 붙여둔 문구가 눈에 띱니다. " 사랑 한다면 믿어 주세요'  캘리그라프 솜씨가 좋아 입원중에  엽서 크기의 작품을 만들어 자신의 침대 옆 벽에 장식 해놓고또는 선물 하거나  지루해 못견뎌 하는 다른 환자분에게 직접 전수 하기도 하는 이쁜 환자 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숨겨진 다른, 단서로부터 문제점을 찾아 내는 의심이  필요한 직종입니다. 프로이드도 환자의 말이 진실보다는 환타지일 가능성 이 있으며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통제 밖의 무의식의 욕동일 수도 있으므로 그 이면을 살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남의 말을 잘 믿는 편입니다.  물질적인 것에 관심이 없어  사기를 당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라,그 사람의 장점을 잘 찾아 내는게 제가 일을 좋아 하고..

Psychiatrist 2024.11.29

마법 놀이

지난주 40대 여자분의 면담 중. 반응이 신통치 않았고 잘 진행 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근래에는 별로 동원하지 않아도 되었던 프로이드 초기 이론 까지 들먹 거렸으니,  어지간히 그녀를 설득 시키기에 다급 했던 것 같습니다.생각해보니 그녀의 처지에   공감 할 수 있는 접점이 내게는 없었던 것입니다. 정신과 의사라고 모든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볼 수는 없습니다. 사례의 참조, 살아온 경험을 가지고 짐작이나 상상 해 보지만, 한계가 있습니다.내가 겪어왔던 인간 관계 , 어머니나 딸의 역활, 두 아들의 성장과정과, 40년이상 알고 지낸 남편을 통한 간접 체험그리고 형제들, 길거나 짧게  정서적 교류가 가능 했던  지인들. 조심 스럽기는 하지만 영화나 문학속의 인물들.과 유사한 상황이라면  비교적 상대방으로부..

Psychiatrist 2024.11.18

언젠가

몇 년전에 바닷가에 위치한 병원에서 근무 한 적이 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환자가 있고 의사가 필요하다면 나의 역활이 있을 것이다 "  라는 심정으로 나름 의미를 찾아 보려고 노력 했던  날 들입니다.  그 당시의 기록하고 저장해 놓은 글과 사진에서. "병원에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고양이 들이 어슬렁 거립니다. 대개 병원이라는 환경에서 야생 동물을 들이는 것은 위생에도 문제가 있을 테지만 정신병원의 특성상, 일반 병원 보다는 엄격하지 않고 건물이 자연환경 속에 놓여 있어서.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이들에 너무 애틋합니다. 자기 잔반을 십시일반( 어떤 때는 자기 먹을 것을 먼저) 나눠 먹여 애들이 순하고 애교가 넘칩니다. 정서적으로는 좋은 치료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Psychiatrist 2024.10.30

어느 소년의 일상

그는 , 지나가다 돌아 볼 정도로, 잘생긴 청년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 적응 을 못해, 경계성 지능 장애의 진단을 받았지만,  그저 하고 싶지 않아 테스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의 부당한 취급에 분노를 터뜨리고  체력을 단련을 위해 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어느 것에도 ' 할 필요성을 못느껴' 이내 그만 둡니다.웹소설을 써보기도 하고 그림을 배우러 학원에  다닌 적도 있었고, 어른들 원하는대로공사장에서 막노동이라도 해야 겠다고 말은 하지만 무엇 하나에도 의욕이 없습니다.런웨이를 걷는 모델 처럼 깍은 듯한 잘생긴 외모에 대한 찬사도 무심합니다. 그러는 그가  뱀이나 거미, 지네 같은 파충류를 키우는 일에는 꾸준합니다. 그가 그 생물들과 사는 왕국을 주제로 환..

Psychiatrist 2024.10.24

다중인격 multiple personality

진료실 컴퓨터 창에 처음 보는 남녀 두분의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부부사이임을 직감 합니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문제 일 수도 있고 또는 한분의 병증이 깊지만, 치료를 완강히 거부 할 경우 같이 치료를 받아 보자고 설득 하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이하 세세한 증상은 생략합니다) 여러 인격이 번갈아 발현 되는  섬뜩한 주제의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지만 (시빌 이나 히치코크의 사이코, 또는 빙의 를 주제로 한 영화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순수한  하나의 인격 만을 가지고 살고 있지 않습니다.그래도 비교적 건강하다면 자아의 경계가 잘 분리 되어 있어서 적절히 대상과의 관계를 유지 할 수 있지만앞의 부인의 예처럼, 배우자라는 다른 인격을 나의  이미지를 덧 씌어  창조한 그인격을 확신..

Psychiatrist 2024.10.15

모두가 구원을 바란다

1. 인권 교육이 있었습니다 코비드 시국으로  아주 오낸만에 오프라인 교육입니다. 그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견디나 ,  한숨들 쉽니다. 강사 들 중에 당사자와 그의 가족이 있습니다. 그분 들이 자신들의 치료와 도움을 받았던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인권 강의 를 합니다.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감정적이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소통하려고 하지만, 언뜻 언뜻 우리가 미쳐 알 수 없었던 불편부당함을  토로합니다. 그중, 조울 병력으로  입원 경력도 있으며 현재에도 계속 치료를 받는다는 J씨는( 그의 닉네임 이니셜입니다) 자신처럼 기능이 살아 있는 사람을 많이 보지 못해서 비관적인 편견을 갖는 것이 아닌가, 라고 반문합니다. 그리고 동료 지원자라는 자신들의 역활은 결국 병원 이나 그 언저리에서 일거리를 ..

Psychiatrist 202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