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torana3 2022. 8. 25. 12:55

병원에서 제공해준 작은 내 방 책상 위에, 어머니의 사진을 넣은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밑에 찍힌 날짜로 보면 1983년 2월 . 책상에는 포장지로 싼 작은 책 같은 것. 쟁반에 담긴 다과로 보아서는

아마 제자들이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러,  들렀다가 찍은 사진일 듯 합니다.  

어머니는 웃고 찍은 사진이 없으십니다. 반쯤 일그러진, 어딘지 슬픈듯, 시선은  항상 카메라를 피하십니다. 

검은 두루마기 차림입니다. 어머니는 경대는 물론  거울 하나 없으셨습니다. 

어머니의 어머니,  외할머니가, 큰딸을 평생 돌보셨는데, 어느해 생신때 큰 액자형 거울을 사다 걸어 주셨습니다.

사무실 개업에  쓰는 것 처럼, 밑에는 축 생신이라는 문구 까지 부탁해서 주문 하셨습니다. 

 

사진 안에는  다이얼 로 돌리는 검은 전화기 철제 캐비넷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노란색 가죽 가방이 보입니다.

83년도 이면 저 의과대학  졸업반으로 진급 하려던  시절. 방학 때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그 가방이 기억 나지 않습니다만, 그런 가방을 어머니 손수 사실 일은 없어, 낡고 낡은 가방을 보다 못해 누군가가 

맘먹고 선물한 것일 터입니다. 웬만한 좋은 물건은 다 남 줘버리셨는데, 어머니는 그 가방은 꽤 맘에 드셨거나 선물한 이의 마음을 간직하고 싶었던 듯 합니다. 창 밖에는 빛바랜 소나무와 앙상한 가지가 뻗쳐 있습니다. 어머니가 그리도 사랑하시던, 20년이나 근무 하셨던 그 학교, 아름 다운 교정입니다. 책꽂이에는 두터운 화엄경이 꽂혀있고, 어머니 돌아가시고 재를 올려주시던  비구니 스님께서 어머니는 화엄경의 보현행원품을 좋아 하셨다고 알려 주신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저 근심어린 표정은 무엇이었을까. 

시험을 완전 망치고, 학교를 그만 두겠다고  가출해서 여행을 떠나 몇 칠 집에서 소식조차 모르던 막내인 제가, 

겨우 재시험으로 통과하여 진급 결정이 나서 졸업반 커리큐럼의 시작으로 바쁘던 때입니다.

얼마나 나는,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걱정거리로 어머니의 심장이 내려 앉게 했었던 걸까,

그래서 였을까, 아니면 어머니의 깊고 오랜 암수  때문이었을까...

 

사진 속의 저는 항상 웃고 있습니다. 아주 고통스러운 시절을 지나던 때에도 속없이...어머니의 슬하에서 참 여기저기 잘도 쏘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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