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오랜만에 산에 들어갔습니다.
상수리 나무 가장자리가, 몊 잎.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네 엄밀하게는 젊은 초록 색조가 빠져 나갔다고 해야 사실이겠지요)
산은 햇빛이 깊숙히 들어 가 무장한 초록의 병사들이 방어를 포기한듯 속내를 드러냅니다 .
군데군데 인간이 쓰다버린 물건들이 그 산에 안어울리게 뒹글고 있습니다.
태어나 얻은 물건들을 하나 둘 버리고 최대한 자연의 모습이 되어 돌아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산의 나무에 기대여 , 빛바래고, 서서히 닮아 가던지
비온 뒤 버섯이 많이 자랐습니다. 산을 헤집고 귀한 버섯이나 삼을 따다 약으로 쓴다는 것을, 저는 그 효능을 믿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 정성, 산의 치유력을 상징적으로 섭취하는 의미는 아닐까.. 저혼자 가설을 세워봅니다.
어렸을때 본 어린이 용 그리이스 로마 신화 책에 월계수로 변해가는 다푸네를 바라보는 아폴론의 삽화가 있었습니다. 여인을 참 고혹 스럽게 그려놓았다고 , 지금도 그 그림이 눈에 선합니다. 저런 자태였습니다.
뾰로퉁하게 입내미는 익살스러운 표정이 읽히는 나무 앞에서는 , 하자못해 챠콜이라도 가지고 가서 인물화로 완성해 보고 싶다는 , 참 어이없는 욕구를 누릅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저항하는, 검은 숲모기의 공격이 매섭습니다. 곧, 그들의 계절이 끝나가고있음을 직감하는 듯 합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지-090222 (0) | 2022.09.02 |
---|---|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0) | 2022.08.25 |
정신 머리 챙기기 (0) | 2022.08.16 |
일지08/12/22 (3) | 2022.08.12 |
080922 일지 (0) | 2022.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