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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7/4/2022

버스 정류장에서. 플라타나스 넓은 잎 하나가 팔랑팔랑 떨어 집니다. 반쯤은 엽록소가 빠져나가, 갈색의 낙엽 모양입니다. 한 여름에, 벌써 다른 계절을 예감 하는 듯 보입니다. 전에는 아 더운 여름이, 추운 겨울이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었는데 요즈음은, 가을이, 겨울이 또는 봄을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뀝니다. 기대하고 설레입니다. 기운이 많이 떨어져 스트레스를 버티는 힘이 약해 져 있습니다. 그래서 또한 좋은 것은 , 스트레스에 맞서기 보다는 , 별일이 아닌 걸로, 치환해 버리는 기제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분노나 욕망, 같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전투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상처나 후유증이 심각하게 남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는 것은, 해결책이라고, 언젠가 다 한번 해보았던..

나의 이야기 2022.07.04

일지 7/1/22

어제는 종일 비가 쏟아져 아침 산책을 걸렀습니다. 오늘은 회색 구름이 엷어지고 드문드문 맑은 하늘이 얼핏 드러납니다. 무성한 나무들 , 사잇길에, 몇번씩이나, 거미줄이 얼굴에 묻어 납니다. 그렇게 비가 많이 내렸는데도,잘라지지 않은 것은 비 그치고 새벽에 줄을 매달았다는 말인데, 먹이를 구하는 삶의 일들이 그렇게도 절실하거나, 아니면 설레이거나. 가슴까지 자라오른 잡목에 핀 작은 꽃안에 개미가 있습니다. 어쩌다 일탈한 모험가는 아닌듯, 다른 꽃에도 두마리나 발견 했습니다. 그 먼 길을 올라서 꽃 가루나, 단 물을 먹고 내려 가는 것인지, 아니면 잉여의 먹거리를 물고 땅 밑 굴로 다시 돌아 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꽃에 거주 하는 것인지... 미세 우주의 생태계가 새삼 궁금합니다. 삶이란 도전이며 싸우는..

나의 이야기 2022.07.01

노은님 전시

도대체 그림은 왜 그리는 걸까? 나뭇가지를 주어 땅바닥에, 흰 곱돌로 벽이나, 돌멩이에, , 동강난 분필이나 크레용으로 판자 울타리에 어린 아이인 나는 왜 닥치는대로 그림을 그렸던 걸까?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직업도 아니며 그림을 그리라는 숙제를 누군가 요구 한 적이 없던 젊은 시절 부터 지금도 간간히, 심상이 떠오르는 그대로 , 로르샤하 잉크반점 을 들여다 볼 때 처럼 우연히 발견한 무늬에서 형상을 구분해내는 , subconscious mind 를 표현하는 자발성 (Automatism)을 촉발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작가 노은님의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이 저와 같은 전주랍니다. 또한 아루숲 화실의 류승환 선생님이, 작업 방식이 나와 같다는 코멘트( 제자들에게, 어떤 화가의 작풍과 유사하다고 매치시키는 것..

그림 이야기 2022.06.30

카셀 도큐멘타 15-2022

카셀 도큐멘타 15, 2022 는 기후 변화와 디지털화, 사회적 격변과 정치적 급진화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글로벌 도전 과제를 해결하려는 예술가들이 초대 되었습니다. 그런데 큐레이터로 선정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예술 구룹 루안구루파 Ruangrupa가 이스라엘의 문화 보이콧을 지원하거나 반유대주의 Antisemitism 적인 조직과 관련되어 있다고 비난 받고 있습니다. -독일 신문 Die Zeit를 위시로 하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도큐멘타는 반유대주의에 대한 비난을 단호히 거부했으며, 예술계의 여러 전문가로부터 비판이 과도하거나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예술적 자유가 "우리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구성요소"이며 이는 "정치적 담론을 다룰 때 특히 적용된다" 라고 말합니다. Ruangrupa는 자신..

그림 이야기 2022.06.29

일지 6/28/22

장마비에 태풍이 불어 거리에 잔가지와, 이제 막 맺힌 열매들이 떨어져 굴러 다닙니다. 축축한 대기에 버섯들이 싱싱하고, 풀밭에는 새들이 종종거리며 아침거리를 찾는 듯 합니다. 여름 아침입니다. 그저 밀물 처럼 수시로 밀거 들어오는 걱정 들을 하릴없이 맞고 보냅니다만, 그리 오래 살았어도 학습된 해결책이 전혀 작동을 하지 않는 건지요 왜 괴로운 것인가. 나의 해방일지에 . 미정의 말. 사랑하면 두근거린다는 말이 이해가 안된다. 좋아 하면 편안하고 불안 하지 않던데. 그리고 그 두근 거리고 흥분하는 것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이 아니랍니다. 내가 아직도 불안하고 괴로운 것은, 나의 갈망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의지하고..

나의 이야기 2022.06.28

오늘의 느낌 , 어떤가?

무엇보다도 시각적 이미지를 전달 하는 기술의 발달은 놀랍습니다. 현대의 우리는 세련되고 기발하며 화려한 이미지들의 홍수 속에서 살아 가고 있습니다. 찬찬히 화가의 작업을 음미하고 의미를 전달 받아 감동하는 명작를 구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 집니다. 그러나 이미지를 선택하고 향유하기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수월 해지는 것 같습니다. 자아는 이미지의 소유권을 갖고 있습니다. 자아 이미지는 느낌을 동반하며 느낌으로 채색 됩니다. 아루숲 화실, 2022년 여름 전시의 주제는 " 오늘 느낌! 어때 ?" 입니다. 타인의 평가를 위해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완성해야 하는, 거창한 작업 들이 아닙니다. 자아의 항상성을 유지 하기 위한 , 일년내내 꾸준히 그날 그날 느낌, 의식, 통합된 정보 , 앎 을 이미지로 표현 해 낸 ..

일지6-24-22

하루종일 장대비가 쏟아져, 산책을 거를까 했는데, 맑게 개인 아침, 새소리도 경쾌 합니다. 새의 노래는 분명히 대화일겁니다. 쓸데 없는 기능이란 존재 하지 않을테니까. 생명의 유지를 위함이라면, 벌레를 잡는데나 짝짓기 하는데 필요 할 터이지만, 이렇게 맑은 날, 창공을 나르며 내지르는 경쾌한 톤은, 음악이라는 예술은 아닐 것이고, 무언가 서로 재잘 거리는 중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슬 젖은 풀잎, 키 큰 접시꽃이 만발 한데 비때문에 줄기가 휘어지고 , 안 핀 봉오리 들이 땅에 구릅니다. 문득 나 자신이 버석버석 말라가는 것 처럼 느낍니다. 평생 해오던 일이라지만, 아직 현역이라, 골치 아픈 일은 반복되어 일어 납니다. 내 주변의 일들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그건 내가 할 일이 점점 줄어듭니다. (오히려 그..

나의 이야기 2022.06.24

일지 6-22-22

방학 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언니 오빠들이 방학해서 귀향 하면, 제일먼저, 어린 저에게 만화 심부름 부터 시켰습니다. 밤새 볼 수 있는 완결 편 까지 이삼십권을 두어질 빌려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아버지가 동행 해서 날라다 주기도 하고, 늦으면 대신 반납도 해주었습니다. 전혀 두근 거리며 대본소를 들락 거릴 필요 없이, 마음껏 척박한 시대에, 만화로 문화를 즐길 수 있었으며, 속독법, 창의적 드로잉, 역사나 철학, 그리고 남녀상열 지사 까지, 만화로 인생을 배웠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듯 합니다. 6-70년대의 명작들, 8-90년대의 일본 만화, 그리고 단행본으로 출시된 소위 완성도 높은 만화들 까지 대부분은 섭렵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중. 오타쿠적 전문지식과 오락적이며 드로잉의 완성도도 높았..

베니스 비엔 날레 5 - Post Humanism

인류에게 휴머니즘을 넘어선 가치 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이 아티클을 주목하게 된 테제입니다. 포스트휴머니즘: 베니스 비엔날레 2022에는 , . 최근의 많은 예술 작업이 추구하는 시위, 환경 문제에 대한 이미지, 이슈를 일으키는 사진 다큐멘터리 나 강의 비디오 , 현재 발생한 사건을 언급하는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민속 작가인 Maria Prymachenko 의 그림,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관한 Lynn Hershman Meeson의 비디오 logic Paralyzes the Heart 정도 입니다. 교훈적인 것은 무시되며 "꿈의 우유"는 가장 어두운 부분에서도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갖습니다. 그러나 이런 서정성이 단순히 취향의 문제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미션입니다. "포스트 ..

그림 이야기 2022.06.21

일지 7. 비워내기

아침 숲에서 , 폐에 든 공기를 날 숨으로 내보 내고 맑은 공기를 들이 쉼니다. 바야흐로 여름, 잎이 무성한 나무와 숨을 교환 하면서. 뇌도 그렇게 비워 내기가 가능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이라는 것이, 그 시간과 공간에서 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것 알겠습니다. 그 시간, 그장소를 이미 다 떨치고 지나 왔는데도, 작은 단서에 의해 그 때의 그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져 답답 해집니다. 이를 어떻게 뱉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단단히 굳어져 버려, 도무지 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습니다. 내마음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것이 무엇인지 압니다. 아마 그것을 도려내 버린다면, .어떻게 될것인가, 그 큰 구멍으로 인해 인격은 지탱 하기가 어려워 무너져 내릴 것인가? 그대로 망각의 블랑킷 으로 덮히고, 그위..

나의 이야기 202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