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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신과 의사의 하루

요즘 들어 부쩍 몸에 여기저기 이상 신호를 느낍니다. 건망증: 하루 운동량의 가장 큰 부분이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찾고 다니는 일입니다 소화기능의 감퇴: 지금까지 제일 검사를 많이 받아 본게 소화기계입니다. 그리고, 시력: 양안 시력 차이가 큰 탓에 아직 원시가 아닌데도 안경으로 교정이 필요한데 자주 놓고 다녀서 낭패 등등. 오랫동안 꿈을 기억 하지 않으려 노력 했는데 ( 무의식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하하) 오늘은 젊은 시절의 반복적인 꿈이 돌아와 생생하게 기억되어버려, 무의식의 범람을 막지 못했습니다. 오전에 루틴 일과를 하는중에, 예기치 않는 소식으로, 근근히 유지 되어 오던 일상의 평화가 깨지고, 다시 위통을 겪습니다 .사람마다 인격의 취약점이 다릅니다. 저는 상당히 대범한 편인데도, 다른사람이 의아..

Psychiatrist 2022.09.21

월요일

서글프고 맥이 떨어지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아포리즘을 대하며, 붕붕 떠오르는 불안한 마음을 누르면서 지냅니다. 그랬다 해도 저 혼자 돌아가는 마음을 붙들고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힐끝 쳐다보고, 쌩 달아 나 버립니다. 자전거나 그런 거를 타고 가는 것 같습니다. 머물러 주지를 않습니다. 그 반쯤 돌아 보는 옆 얼굴이 선명하게, 날카롭게 냉정하게 내 눈에 박힙니다. 그 표정 시선, 그러나 그 일면이 아니라 그에게도 한 마음이 다 있을 것입니다. 온전한 인간으로. 그를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내 마음에 어울리는 순간은 찰라이며. 얇은 간격이 차단한 채이며, 그는 온전히 다른 객체로, 그 갈길로 가버릴 겁니다. 나는 아픕니다. 진짜로. 몸이 자꾸 아픕니다. 생전 없던 새로운..

나의 이야기 2022.09.19

가을 예감

D씨는 자신을 원장, 대통령, 하느님이다. 고 주장 합니다. 과대 사고 가 물론 전형적인 조현증의 망상이라고 해도, 증상의 근원을 따라가 보는 것이, 환자의 자폐적 인간 관계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소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 어느 때 가장 힘들었냐고 , 조금 더 깊은 감정이 실린 갈등을 알아 봅니다. 잠시 멈칫, 눈 빛이 흔들리더니, IMF 때.. 내가 그것을 막아 보려.고 4월 17일 에.. 역시 혼돈의 과대 사고가 튀어 나옵니다. 아마 그 무렵 각인된 충격이 있었겠구나.. . 대학 졸업하고 연달아 국가 시험 몇차례 실패하고, 젊어 잠깐 입원 했었지만, 아버지가 늙도록 옆에 두고 보살폈다는 입원 할 때 흥분하여 과격 하던 환자를 애가 너무 착했어요, 아버지 죽고 나서.저렇게 변했어요 과거사를 들으..

Psychiatrist 2022.09.14

일지 090622

폭풍우가 지나간 후에 숲에 들어 가면 살랑 부는 바람에, 잎에 머물던 빗 물이 후두둑 떨어 집니다. 덜 익은 상수리가 잔가지 채 부러져 널려 있습니다. 까치는 젖은 나무 위를 피해 , 바닥에서 종종 칩니다. 헝겊으로 된 운동화를 신어도 그 많은 빗물이 땅에 스며 들어 발이 젖지 않습니다. 아주 먼 하늘에 구름이 벗겨지면서, 맑은 하늘이 드러 납니다. 빛이 파랗게 산란 하고 있습니다. 지난 밤 . 어지러운 꿈은 어떤 뜻인지 어떤 수식을 대입해 보아도 알아 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나를 여전히 남겨 둔채로, 다른 이들의 방식의 나라는 인식을 오늘 아침 , 둘러업고, 어제의 나로 이어갑니다. 그런데, 고약한 지난 밤의 나는, 조금 말갛게 개인 듯 합니다. 해가 뜨고 거리는 부산해집니다. 오늘입니다.!

나의 이야기 2022.09.06

일지-090222

고등학교 때 이어령과 다른 한분 국문학자와의 대담으로 엮은 기사가 한국일보에 고전의 바다라는 제하에 연재 되었는데 어머니는 매주 스크랩 해두셨습니다. 띄엄 띄엄 읽던것을 대학에 들어 갈 무렵 학교 앞 서점에서 , 그 대담 기사를 모아 현암사에서 단행본으로 나온것을 사서, 오랫동안 한번씩 들춰 보던 것이 , 지금도 창고 어딘가에 있을겁니다. 비평이라기보다는 창의적 재구성에 가깝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대화하고 받아 적은 저자의 문장도 미려하며, 깊은 울림이 잘 전달됩니다. 그의 말은 죽음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 반짝거리는 호기심마져 느껴지는, 가볍고 경쾌합니다. '메멘토 모리'의 도식, 어둠, 칙칙함, 무거움은 미지의 두려움의, Chtonic art는 아직 실감 하지..

나의 이야기 2022.09.02

rosa

1655년 치명적인 전염병(페스트)이 나폴리를 휩쓸었을 때 살바토르 로사 (Salvator Rosa 1615-1673)의 15세의 아들 로살보와 그의 형제, 누이의 가족( 부부와 다섯아이들) 이 모두 죽었습니다. 자신에게 처해진 불행을 그림으로 완성하며(1657년) , 모든 사람에게 차별없이 가해지는 불행한 운명이 인류를 지배하는 방식이라고 확신하며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씁니다. " 인간사는 기쁨과 슬픔의 기괴한 혼합에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살아난자들을 기뻐하고 떠나갈 위험에 처한자를 위해 떨지 않을 수없다. 마음껏 울어라, 그것이 별과 운명과 하늘이 원하는 것이다. " 섬뜩하고 황량한 그림을 그린 그는 실은 뛰어난 희극배우, 풍자가, 시인이며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교계의 호사가입니다. 그의 집은..

카테고리 없음 2022.09.01

파친코

파친코의 첫문장은 "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이 없다." 라고 시작 합니다. 식민지 시대에 돌입하는 조선의 말기와 마치 자궁과도 같은 모국의 고향을 떠나 이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인간들은 그와 같은 선언을 하면서 지난한 삶을 전개 해 나갑니다. , 파친코는 개인의 심리에 대해 파고 들어 가지 않습니다. 실존이나 개념 , 상징과 무의식의 도식으로 개인과 관계라는 구조와 해체 가 스토리를 우선하기 이전, 낭만과 사실, 본능적인 생의 의지와 , 사랑이라는 서사적 스토리를 이루던 시대의 이야기 입니다. 120년전 프로이트와 정신 분석학자 들이 인간의 심리를 분석 함으로써 우리는 정신에 대한 새로운 사유의 방식을 얻었습니다. 개인individual이라는 단위를 규정하고 그들사이에 관계라는 역학이 발생하..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서

병원에서 제공해준 작은 내 방 책상 위에, 어머니의 사진을 넣은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밑에 찍힌 날짜로 보면 1983년 2월 . 책상에는 포장지로 싼 작은 책 같은 것. 쟁반에 담긴 다과로 보아서는 아마 제자들이 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하러, 들렀다가 찍은 사진일 듯 합니다. 어머니는 웃고 찍은 사진이 없으십니다. 반쯤 일그러진, 어딘지 슬픈듯, 시선은 항상 카메라를 피하십니다. 검은 두루마기 차림입니다. 어머니는 경대는 물론 거울 하나 없으셨습니다. 어머니의 어머니, 외할머니가, 큰딸을 평생 돌보셨는데, 어느해 생신때 큰 액자형 거울을 사다 걸어 주셨습니다. 사무실 개업에 쓰는 것 처럼, 밑에는 축 생신이라는 문구 까지 부탁해서 주문 하셨습니다. 사진 안에는 다이얼 로 돌리는 검은 전화기 철제 캐비넷 꽤..

나의 이야기 2022.08.25

문학수업

페이스북 어느 국어 선생님이 새학기를 시작 하는 수업시간의 단상을 적어 올리셨습니다. 저와 동시대를 살아 오셨을 듯한 연배 십니다. 예시로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 헷세의 나르치스와 골트문트를 들어 문학의 쓸모를 피력 합니다. " 삼포는 실제 지명이 아니라 가상의 지명이다. .그러니 꼭 공간이 이상향일 필요가 없고, 때로는 한권의 책, 음악,미술 작품도 우리에겐 삼포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본다.. 너에게 삼포 같은 곳이 있느냐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살다보면 길에서 떠돌기도 하고 애환과 고난의 바다가 몰려오기 마련인데,, 죽고 싶을 마큼 힘들때 우리에게 삼포가 있어야 하지 않겠니, 그것이 없다면 이 험한 생을 어떻게 살아 가려고 하느냐... 나는 나르치스와 골트문트를 읽으면서 우리에게 예술과 삼포가 ..

일지 081822

비온 뒤 오랜만에 산에 들어갔습니다. 상수리 나무 가장자리가, 몊 잎.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네 엄밀하게는 젊은 초록 색조가 빠져 나갔다고 해야 사실이겠지요) 산은 햇빛이 깊숙히 들어 가 무장한 초록의 병사들이 방어를 포기한듯 속내를 드러냅니다 . 군데군데 인간이 쓰다버린 물건들이 그 산에 안어울리게 뒹글고 있습니다. 태어나 얻은 물건들을 하나 둘 버리고 최대한 자연의 모습이 되어 돌아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산의 나무에 기대여 , 빛바래고, 서서히 닮아 가던지 비온 뒤 버섯이 많이 자랐습니다. 산을 헤집고 귀한 버섯이나 삼을 따다 약으로 쓴다는 것을, 저는 그 효능을 믿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 정성, 산의 치유력을 상징적으로 섭취하는 의미는 아닐까.. 저혼자 가설을 세워봅니다. 어렸을때 본..

나의 이야기 2022.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