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369

한해를 보내며 . . .

금년의 마지막 출근도, 버스 혼자 전세 내고 들어 왔습니다. 항상 나는 건강에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도 말라며 막내 동생뻘 여의사에게 당당하신 그분은 . 약간의 치매/ 알코홀 문제/ 고혈압 / 당뇨 등 체크 요소가 실은 많습니다. 젊어서 안해본 운동이 없다시는데 ( 권투선수로 멕시코 올림픽에 출전도 하셨답니다) 그래서 아무튼 건강 하시기는 합니다. 출근 했는데 제 방을 노크 하시고 점잖게 들어 오십니다. 연말도 되고 하니 점심 한끼 대접 하시겠다고, 하십니다. - 아, 어디서요? ( 곤란) - 뭐 잠깐 이근처 나가지요. 코로나 시국이라 외출 못하십니다. 그렇다고 김영란법 들먹거리고 냉큼 거절 할 필요가 있을까.. -저.. 지금 코로나 때문에 못나가고, 날씨도 영하고... 제가 따뜻해지면 여름에 꼭 같이 ..

Psychiatrist 2020.12.31

겨울, 일 정신치료자의 辯

1.한 시간 씩 늦게 출근합니다. 그 시간에 버스 노선 하나가 완전히 스킵 되어 , 전 같으면 일이분 차이 나는 시간에 대려고 노쇠한 몸을 뒤뚱거리며 뛰기도 하고, 택시라도 잡아 탈 터이지만 , 좀 생각을 달리 하는 중입니다. 세계가 모두 나의 것이 아닙니다. 관점의 차이는 수도 없습니다. 물론 성실함, 정성, 헌신 이 모여서 이루는 성과는 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 할 수는 없습니다. 좀 느리게 조망하면서 동떨어지면서 타인의 관점을 이해 해 보려고 합니다. 터미널 카페 사장님이 먼저 알아 봐 주십니다. 훨씬 편안해 보여요... 다른 사람을 부담 스럽게 하는 것은, 정신치료자 로서의 자세가 아닙니다... 히 - 2. 지금 직장에 일년 반 정도 일했습니다. 거쳐온 다른 병원에..

Psychiatrist 2020.12.29

만남

가족이나 친구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만나야 할 이유가 당연한 것 처럼 느껴집니다. 혼자 살아 갈 수 없는 세상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살 수 밖에 없고 상대가 나를 의존 한다 해도 , 서로 주고 받는 기쁨이라는 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은 그다지 마음에 접어 두지 않아도 되는 관계이나. 그런데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환자와의 만남은 그것보다는 좀 더 특별합니다. 치료적 관계 ( 동맹이라는 용어 까지 씁니다 Therapeutic alliance) 에서는 공감이라는 진지하고 깊은 감정의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직업적인 연륜이 쌓인 탓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거리를 유지 할 수 있다해도 때로는 마음에 울림이 있는 , 연민, 조금 더 넘..

Psychiatrist 2020.09.10

Still. . .

영화 스틸 앨리스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결혼 한 이후로 집안일과 직장생활을 동시에 해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내에 완수해야 할 임무가 . 사실은 제 오지랍으로 정리를 못하고 모든 일을 정신 없이 처리 해 냅니다. 낮 시간 대부분을 직장에서 지내야 하지만, 원낙 정신의학 분야라는게 바쁠건 없고, 사회성도 별로 없고 학문적욕심도 없어서, 주어진 남은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놀 수있어서 오히려 휴식이 되고 집에 오면 짧은 시간에 역활을 해내느라, 여러가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Multitasking 능력이 우수합니다. - 정신적으로 대단히 해롭다는 ,분석을 최근에 봤습니다. 그런데, 나이들어 가면서 좀 우스운 짓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말하자면 순서가 뒤죽박죽이 됩니다. 행동의 연관성은 분명히 있지만 마..

Psychiatrist 2020.08.14

마이너리티 리포트

그 전날 피로가 겹쳐서 하루 쉬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다정 하기는 하지만 젊은이 답게 부모에게 표현 하는 일은 어색해 하는 작은 아들이 문자와 전화를 종일 합니다. 첫번째는 폭우속에 어떻게 출근 하느냐는 걱정. 좀 있다가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폭팔 사건. 우리와 연관이 없다 해도 어쩐지 걱정이 증폭 되는 모양입니다. 급기야는 오후의 뉴스. 부산에서 환자의 폭력에 희생당한 정신과 의사의 뉴스가 뜨니 , 정말 조심하시라고 태산 같은 걱정을 합니다. 하루 쉬고 출근 하니 농담반, 걱정 반 나의 환자분들이 안부를 묻습니다. 그 분 들을 보는 것으로 기쁘고 힘이 납니다. 한가지 지엽적인 사건으로 일반화 하는 인간의 인식체계 가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생활 하는 우리가 매일 긴장하고 경계한다면 일을 할 수 ..

Psychiatrist 2020.08.06

유희삼매 柳僖三昧

지난주에 찍은 바다 사진에서 함초의 붉은 색이 너무도 정감있어 마카로 묘사해봅니다. 멀리 보이는 청회색의 섬과 더불어 자연이 만들어 내는 색의 조화에 잠시 넋을 빼앗깁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통제가 심하지 않습니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부조리한 억압이, 나의 정신과 의사 이력에서 항상 고민이 되었던 터라 이러한 방식이 반갑습니다만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보통의 사람들도 법과 질서가 없다면 본능적 충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것을 , 정신적 결함. 인격의 미숙함, 사회 부적응 정도가 심한 이들이 일으키는 문제들은 심각합니다. 또는 인생에서 아무런 희망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회피와 절망, 타인에 대한 원망과 갈등으로 매일 매일 사건의 연속입니다. 일반적인 치료 방법 ..

Psychiatrist 2020.07.28

갤러리의 미술 치료

삶을 두가지 단어로 말해보라고 지시 했을 때 , 엔리케스는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두려움/ 폭력을 선택합니다. 그는 페루의 경찰관으로 정부군과 게릴라간의 거의 칠만명이 사망한 피비린내 나는 참혹한 전쟁을 겪었습니다. 75세 은퇴자인 그는코로나 팬대믹으로 인해 소수의 이웃과 친구들하고도 단절되어 지냈으며 검역으로 인해 격리 된채로 극단적인 고립과 외로움에 아무것도 대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퀸즈 뮤지움 에서 제공하는 미술 치료 프로그램으로 정신적인 건강을 회복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처럼 외출하거나 즐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예술이 우리를, 과거를 회상하며 ,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여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다시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 말합니다. 매주 목요일 그는 수업이 시작 되기를 기다리며 컴..

Psychiatrist 2020.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