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만남

torana3 2020. 9. 10. 11:41

가족이나 친구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만나야 할 이유가 당연한 것 처럼 느껴집니다.

혼자 살아 갈 수 없는 세상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살 수 밖에 없고

상대가 나를 의존 한다 해도 ,  서로 주고 받는 기쁨이라는 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은 그다지 마음에 접어 두지 않아도 되는 관계이나.

 

그런데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환자와의 만남은 그것보다는 좀 더 특별합니다.

치료적 관계 ( 동맹이라는 용어 까지 씁니다 Therapeutic alliance) 에서는 공감이라는 진지하고 깊은 감정의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직업적인 연륜이 쌓인 탓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거리를 유지 할 수 있다해도 때로는

마음에 울림이 있는 , 연민,  조금 더 넘어서는  마음이 잘 통하는 대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치료의 목표가 자아를 강화 시키는 것 자아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정신치료중에는  객관적 타인의 역활로서 상대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정신분석, 대상 관계 이론 , 자아 심리학 그 후의 인지 행동 치료 까지

정신과 의사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다른 분야의 의사들 처럼 근거 중심의 치료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40년이나 먹은  실은 제 개인적으로도

모든일에 차선과 융통성을 먼저 생각하는  나이에 들어 서 버렸습니다.

감사하게도 여전히 이런 특별한 만남이 계속 됩니다.

 

K군.

어린시절 , 스무살 무렵 까지 미국에서 자랐습니다.

 개구장이 데니스 ( Dennis The Menace ) 처럼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아이였답니다.

학교에서 세워둔 차위로 올라가 쿵쿵 뒤고 어머니와 형은 계속 학교에 불려 다녔답니다.

어려워진 집안 가계 대문에 아무도 돌보지 않으면서, 형은 Abuse 에 가까운 폭력을 했으나,

그 형과 함께 당시 유행하던 한류 가수들을  흉내내어 라듸오 방송 놀이를 하던일이 또한 추억이랍니다.

공부는 전혀 뒷전이고 겨우 퍼블릭 칼리지에 들어 갔으나

2년 동안 우울증으로 누워 잠만 자느라고 , 가족들은 그가 없어지기를 바랬을 거라고 합니다.

 

이민에 실패하고 먼저 귀국한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으나 거의 병원 생활 만 합니다.

말이 서툴러 대화도 할 수없고, 간혹 환청만 호소 합니다.

그러던 그가 - 제 짧은 영어로도 한 두시간 넘는  면담이 가능 합니다.

그의 풍부한 감성과 철학 다원적 종교 이타적 사랑에 대한 대화는 의무적 면담이 아니라빠져 들어갑니다.

그는  매우 순수하며 보상없이 베풀기를 원하고 개미를 사랑하고 게이를 옹호하며 존중합니다

'자신이  없어져서 이제는 잘 살 수 있게 되었을 거라'는  가족에 대한 애정,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합니다.

내면은 깊고 깊은 슬픔으로 헤어날 수 없다 하면서도 Count Blessing !을 외치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뮤지션으로  유명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지 다시 기타를 치고 싶은 것이 그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그의 삶이 , 너무도 어둡고 끝이 없는 길고 긴 터널 같아서...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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