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242

1969-2022

벨파스트 / 케내스 브레너. 육아나 직장일로 그야 말로 전쟁 같았던 30 초반 , 어느날 아주 오랜만에 본 영화가 캐네스 브래너 주연의 헨리 5세입니다. 짧은 자유 시간의 소중함이어서 였는지, 프루스트의 말대로 독서란 그 내용과 더불어 그 시기, 그 주변이 불러 일으키는 사건들과 함께 기억 된다 는 것 처럼 , 영화도 저에게는 그렇 습니다( 시시콜콜 한 것도 다 적고 싶은 심정입니다. 당분간은. 현재 보다도 과거가 더 중요합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처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무대에 올려 놓습니다. 마을의 입구. 그 밖의 큰 길은 화자에게는 무관 합니다. 그 안에서, 이웃의 뒤곁과 서로 연결 되어 있는. 더 좁은 골목, 그리고 실내. 너무나 아름 다운 어머니. 두주에 한번씩 선물을 사들고 돌아 오..

영화 이야기 2022.04.12

퍼스널 쇼퍼 (Personal shopper)

왜 감독은:올리비에 아사야스 (Olivier Assayas) , 주된 테마는 아닌 듯한 ' 대신 쇼핑 해주는 사람' 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감독에게 드는 나의 질문입니다. 모린은 죽은 쌍동이 형제인 루이스와 같은 심장 질환을 앓고 있으며 둘다 죽은 자와의 교신이 가능 하다고 믿는 영매입니다. 생전에 둘은 먼저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기로 약속하며 사후 세계의 존재를 알고 싶어 합니다. 모린은 교신을 위해 파리의 루이스의 집에서 지내고 , 임시로 유명 모델의 퍼스널 쇼퍼 일을 합니다. ,모린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병을 갖고 있지만 죽음이 두려운지 모르겠다고 의사에게 말합니다. 안하무인의 고용주에 싫증을 내면서도 자신의 욕망과 타자의 욕망을 모호하게 뒤섞인, 의상과 부츠..

영화 이야기 2022.02.11

보지마라!

때로는 혼란한 마음을 정리하고, 덤으로 힐링을 할 수있는 영화가 건전하고 아름 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돈 룩업. 오랜만에 저를 웃게 만드는 코미디입니다. 아마겟돈의 플롯을 따라 갑니다. 평범한( 학계에서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심한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소심한) 천문학과 교수와, 신경질적이고 불안정한 정서상태의 학생이 우연히 지구를 향하여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헤성을 발견합니다. 다른 재난영화 (트히 20년전의 아마겟돈) 처럼, 미국의 주요 정부 기관이 긴박하게 대처합니다. 그러나 매뉴얼 대로 대통령과의 면담을 기다리는 동안 이야기는 느슨해지면서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전개 됩니다. pax americana의 위대한 미국은 이미 불안을 예견하고 진지하게 대처하는 철학이 실종 되어 버렸..

영화 이야기 2022.01.13

도청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도청이나 녹음으로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잡아 이용하는일이 흔히 일어 납니다. 편집적 사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올무에 걸려 들어 ,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시기 질투 불신의 속마음도 다 들키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아저씨에서는 도청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전개 됩니다. 사람의 마음을 고스란히 다 알 수 는 없습니다. 스스로도 자기의 본 마음이 어떤지, 슬픈 독백 한탄 그리고 경계함으로써 다 털어 놓지 못하는 솔직한 말들이, 도청으로 인해 상대에 고스란히 전달 됩니다. 정통 정신분석에서는 듣는 사람이 눈에 뜨지 않는 곳에 숨어 있고 걸림없이 무슨 말이든 해도 된다고 격려합니다. 그것을 주 4회 이상 몇년동안에 하다 보면, 자기자신도 깨닫지 못했던 깊은 속마음이 다 드..

영화 이야기 2021.12.14

전 같으면 개봉 첫날, 연차내고 조조 부터 보러 갈 것이지만, 그런 열성적인 팬심은 시들해진지 오래입니다. 오스카 아이작과 티모시 살로메가 나오고 , 무려 드니뵐뇌브 감독의 작품입니다만, 시간이 있어도 , 세시간 가까이 되는 장시간 , 난해한 작품을 소화 애낼 역량이 떨어져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신속하게 올려 주어서 , 집에서 작은 TV 화면으로 봅니다. 어렵지는 않으며, 고전적인 테마를 관대한 상상의 이미지로 표현 했다는 것. 으로 멋진 영화이기는 합니다. 책을 보는 것도 그렇고 이제는 전체적인 내용을 다 보지 않습니다. 이 나이 쯤 되면 새로울게 별로 없고 그러저러한 기승전결이 다 평이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면, 참 잘 표현 했다고 느겨지는 것들, 새로운 관점 같은 것들은 주목하게 ..

영화 이야기 2021.11.24

인공지능에 관한 두가지 소고( 小考)

1. 프로이트는 고고학을 무의식으로 접근하고 탐구하는 작업과 유사 하다고 보았습니다. 영화 아임 유어맨 에서 알마는 고대문자를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 견착취적인 상사, 연구 실적의 경쟁, 돈을 쫒아 다른 여자에게 가버린 남자친구, 유산된 아기... 그의 인생은 처참하고, 현실을 벗어나는 것은, 연구에 몰두하는 것 밖에는 길이 없습니다. 자기 연구에 필요한 펀드를 얻기 위해 , 로봇 회사의 휴머노이드 배우자 프로젝트 테스팅에 응합니다. 로봇인 톰은 알마의 욕구에 부응하도록, 학습하고 대화 하는 기술을 축척해가는 알고리즘으로 설계 되어 있습니다. ( 유혹하는 기술을 디지털화 하는것은 증오의 기술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알마가 로봇회사에 제출하는 리뷰를 독백하는 장면으로 영화를 마무리 합니..

영화 이야기 2021.10.19

헐리우드 키드의 추억

60년대에,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문화적 행사라고는, 학교 운동회, 명절에 급조하여 동네 돌아 다니는 사물 놀이 패, 교회의 성탈절 행사. 정도? 여름 평상에서 라디오 틀고 , 전설의 고향이나, 재치문답 같은 오락 프로 듣기? 냇가 빨래 터에서 어머니 따라가 퐁당 거리기, 지천에 깔린 풀 과 꽃 뜯어 사금팔이에 소꿉질, 그러고 보니 많군요. 우리집에 남들 다 있는 흑백 티 브이 수상기를 들여 놓지 않는것은, 부모님의 철저한 교육관이나 검소함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어머니의 살림에 대한 무관심 , 게으름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겁니다. 대학원에 다니던 오빠가 군 입대 날짜가 어긋나, 쉬는 동안 시내 입시학원 임시 강사로 번 돈으로 , 티브이를 들여 놓았을 때 아버지는 늦은 시간 까지 즐겨 보셨으니. 그대신..

영화 이야기 2021.09.24

페미?

여성이라 하여 불이익을 받았던 기억이 없습니다. 아니면 그 시대의 일반적 조류에 순응하고 살았었을 수 있으나, 집안의 분위기가 여성 역활을 다로 주입 시키지도 않았고, 직장을 가지셨던 어머니는 막내 딸의 머리 손질이 번거로워 소위 상고 머리로 깍아 놓으셨습니다. 그 사진이 어디 있을 건데. ( 달리 생각하면 아예 사내 처럼 살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고단수 전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요즘 극렬한 신세대 이데아인 페미라는 단어에 얽힌 사건들에는 관심이 가지를 않습니다. 단지 한 인간으로써 잘/ 잘못, 또는 이해하거나 못하겠거나 그런 판단으로 해석합니다. 주말에 영화 셋, 우연히도 말하자면 페미니즘, 새로운 여성관 을 생각해 볼 만한 주제입니다. 1. 오필리어. 유료 결제 하고 제대로 보았습니다. 타자의 ..

영화 이야기 2021.08.02

슬기롭게 살기

잘, 열심히, 지혜롭게, 라는 말 보다도 슬기롭게 라고 쓰는 것은 어린이 도덕 교과서가 슬기로운 생활 이기 때문이겠지요, 응답 하라도 팬인데, 슬기로운 시리즈 도 좋아 하는 드라마입니다. 주인공들의 선하고 밝은 캐릭터 가 마음 가볍게 합니다. 의학 드라마를 즐겨 보는 것은( 지나치게 천재 이거나 냉혈한 의사 가 나오는 것은 패스) 정신과 의사가 자주 접할 수 없는 메디컬 상황을, 리마인드 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게는, 새로 알게 된 의학 상식도 좀 됩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 2가 시작 되어서 좋습니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의사상을 그린다는 평도 있지만, 그리 동떨어지지 않습니다. 간혹, 부정적인 예후가 훨씬 더 많은 확률이 예상 된다 해도 상황을 설명하고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말 하는..

영화 이야기 2021.06.22

미나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이제 과거의 생활 패턴이 되어 버린 듯 합니다. 기다렸다가 케이블 티. 브이 스티리밍 서비스에서 결제 하고 보았습니다. 이런 정서가 이국인들에게도 통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영화 속 가족에 섞이어 들어 가는 듯, 교감이 됩니다. 80년대, 타인이면서 나자신 보다 안타까운 가족이라는 사람들. 살아 나가는 일. 끊임 없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일상의 사건들. 산다는 일의 고단함. 험란함. 한치 앞도 예측 할 수 없는데도 고비를 넘기고 또 다시 덧없는 희망을 품어 보는. 나와 남편 그리고 아이들. 생각하며 몇 차례나 울컥 합니다.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그들은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떻게 눈물을 참고, 화려 하지도 명쾌 하지도 않으면서,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줄 수 ..

영화 이야기 202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