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단장 (斷章)

torana3 2021. 12. 9. 08:58

기억이 많이 사라지는 것 중에 좋은 것  또 하나는 , 새로운 이야기를 입력하기가 버거운데, 

옛날에  좋아 하던 드라마와 영화를 다시 보기 할 때 대부분의 멋진 대사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새로 보는 것 같습니다. 요즘 나의 아저씨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의 삼형제와 어머니의 티격태격이 좋습니다. 그러한 인간미들로 인해  주위에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들고,

허튼 수작들 하면서 한시름씩 날려버립니다. 

 

몸이 자주 아픕니다. 

하루 정도 푹 쉬고 나면 별일이 없는것은로, 큰 병은 아니겠지  하고 넘깁니다. 

 

sns에서 발견하는 가볍고 좋은 글 들이  위안이 됩니다.

 불교 에 진지하고 재치있는 글을 많이 남기는 페북 작가가, 진지한 경전을 해석하고 

말미에,  어리광 부리고 싶어, 라는 단어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나이들면 세월에, 아무나에게 어리광 부립니다. 그래도 될 것이라서 또한 나이듦이 좋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분. 이상하게도 제 정신과 이력에서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 처럼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의과 대학을 마칠 무렵 공부가 지겹기도 하고, 도무지 의사가 나한테는 맡지 않는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수동적으로 과정만 겨우 마치고 의사가 되었습니다. 성적이 나빠서 본원에서 수련 받는것은 

포기하고 지방병원의 인턴 과정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첫 턴이 정신과 였고 깊은 인상을 받아 생전 처음 꼭 하고 싶은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본원에 들어 가는 것은 자신이 없어 비교적 티오가 널널한 국립 정신병원을 알아 보는데, 거기서 그분을 처음 만났습니다. 레지던트 일년차 였던 김혜남 선생님은 편안하고도 능숙하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십니다.  운 좋게 졸업한 학교에서 수련을 받게 되어 같은 공간에서 공부 할 기회는 없었지만, 그 후 어려운 일을 부탁 할 때 제일 생각나는게 그분이었고, 힘들 때 우연히 먼저 연락을 해주어서위안을 받은 일도 있습니다( 당신은 모르셨겠지만), 인생에 딱 몇차례만 대면 했는데도, 마음 한켠에 그림자 처럼 지니고 살았는데 최근 그분 소식을 듣습니다. 그간 한 인터뷰들을 찾아 보면서 비어있는 시간들을 돌려보는데, 나는 나다. 아프거나 고통스럽거나, 그건 어제의 나와 같은 지속적인 나이다.  라는 말. 정신을 바짝 들게 합니다. 

 

창문만 열면 제 진료실 안으로 뛰어 들어 옵니다.
아침에 흔한 출근길 풍경입니다. 자랑질^^
처음만 그랬지,  해보니  카메라의 샷에 새 무리를 담기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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