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으로 말해요

torana3 2022. 1. 7. 10:53

오래전에 종교에 관한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중 한 분.

대학에 계시다가 퇴임하시고  그 즈음 병으로 사별 하신 후, 한동안 우울증을 앓으셨는데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다고 토로하셨습니다. 

그 토론 모임에서 (따님이 모시고 같이 나오셨습니다) 많이 힘을 얻으시고 밝아 지셨습니다.

 

당시는 우울 하신 탓으로만 짐작 했는데, 

제가 그 연세 가가워지니, 심각하게 읽고 쓰는 일이 더뎌집니다. 

기다리는 중이지만, 설마 이대로 회복이 안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수 년전 심각한 위기에 쳐했을 때도 

무당 살풀이 하는 것 처럼 주절 주절 사설을 늘어 놓을 수 있었는데 .

 

아무튼 새해 들어서 마냥 늘어 지고 시간만 죽이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사진 찍고, 인터넷 슬슬 눈팅하면서 흥미로운 곳 저장 하는 것, 은 겨우 합니다만 

 

병원에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고양이 들이 어슬렁 거립니다. 대개 병원이라는 환경에서 야생 동물을 들이는 것은 

위생에도 문제가 있을 테지만 정신병원의 특성상, 일반 병원 보다는 엄격하지 않고 건물이 자연환경 속에 놓여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이들에 너무 애틋합니다. 자기 잔반을 십시일반( 어떤 때는 자기 먹을 것을 먼저) 나눠 먹여 애들이 순하고 애교가 넘칩니다. 정서적으로는 좋은 치료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 아이는 임신해서 배불러 다니다가 언젠가 부터 안보이더니 얼마뒤부터는 까칠 하고 슬퍼 보이는 표정으로 혼자 다시 나타났습니다. 새끼들은 어쨌니? 알 수가 없습니다. 

애들 중에 젤 사교성이 좋은 애입니다. 아무나 보고 드러누워 배를 보이고 골골 거립니다. 

제 진료실 바깥에 에어컨 실외기가 있는데 볕이 잘들어 거기에 늘 안자 있으면서 저랑 눈 마주칩니다. 한번 방충망을 열어 놨더니 , 닥 이정도 몸을 들이 밀고는 다시 나갔습니다. 

이런 것을 눈키스 라 한다지요, 눈을 가만 응시 하고 천천히 깜빡거리며 대화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노을  (0) 2022.01.14
나는 나이고 싶다.  (0) 2022.01.10
단장 (斷章)  (0) 2021.12.09
어머니  (0) 2021.12.06
아침에.  (0)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