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페터 한트게 - 아이가 아이 였을 때

torana3 2019. 10. 11. 10:14

1970년대의 말.

1978년 에 대학에 입학 했습니다.

교정은 벚꽃과 목련이 흐드러지고, VOU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리듬.

아바의 댄싱퀸/ 존 트라볼타의 세터데이 나이트 피버와 산울림의 아니벌써 .

양희은의, 콜라 병 마개를 따는 순간, 펑하는 소리가 좋아서, 라는 말에 현혹 되어, 그 검은 음료에 중독 되어 가던.

학교앞 다방의 디 제잉, 여름, 스타워즈...


1979년

닥터 지바고가 현미경을 들여 다보며 아름 신비로운  세상을 발견 한 것 처럼,

부상당한 병사들을 헌신적으로 보살 피다가 마지막 환자를 떠나보내고  임시 막사 병원에서

 쓸쓸히 석양을 바라보던 라라와 유리의 협업. 그런 의사 상을 꿈꾸다가  서서히 본과 커리쿨럼으로 들어 가면서 '세상에 재미없는 노동' 의 댓가로 받은 , 낮은 학점으로

 한숨쉬며 도무지 이과정을 마칠 수나 있을 까...

그러던중 그날  10월 말 .. 휴교

12월 금산사 수련회, 장작불을 들여다 보며 바슐라르를 꿈꾸고 한 밤중에 법당 아래에서, 스므살 젊은이들의 인생론 ...

그리고 올라와 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군부 쿠테타.

 본관앞 분수대에서  암암리에 금서 를 읽고 수군거리던 친구들이 주도하는 데모.


 데몬스트레이션은 혁명과 개혁의 상징적 행동입니다.

지금 처럼, 보수를 유지 하고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몰려 나오는 현상은...  ( 아마 역사상 유래가 없을 듯 합니다)


각설 하고

1980년/ 프라하의 봄을 연상 시키는 비극적 운명이 깃든, 흥분, 으로 거리는 어수선 하며 알 수 없는 징후들이 난무 하던

그리고 초여름 더위와 취루탄 개스로 불쾌한 그 봄 날 들...

다시 휴교 .. 이미 따라가기 어려웠던 수업을 잠시 접을 수 있어 다행이다 하면서 귀향 했다가,

두터운 해부 학 책 들고 고향의 도서관 에서, 나의 템포에 맞게,  읽어 나가면서, 문학도 즐기고, 그림도 그리면서 국외자로 지냈습니다.

삼개월 의 휴교 막바지에 상경해서,, 일요일 겨울 방학도 없이 수업은 강행 군 이었습니다., 


그 즈음 이었을 듯

신촌의 소극장 무대에서 관객모독을 보았습니다.

 배우들은 , 의자에 앉은채,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 거리고, 그 의미를 깨 닫는 어떤 친절도 베풀지 않으며, 서서히

달아 오르는 분노 폭팔 소리지름, ... 급기야는 물을 뿌리며 욕설을 퍼 붓는데도,, 그 1980년 젊은 우리들은

웃지도 못하고 모욕감에 치를 떨지도 않았습니다. , 연극은 실패 한 것인가. 페터 한트게의 실험적 대사를 감응하기 어려웠던가...

아무튼,  그당시의 나는,, 철저한 이방인으로 , 무대에 서지도 관객으로서의 아이덴티티도 상실 한 채 였습니다.


오늘 아침 페터 한트게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를 이해 한것은 20년이나 지난 후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낭송된  아이의 노래를  들었을 때입니다.

내가 아이였을 때, 현존재로서의 인식을 형성해가는 느낌을 그의 언어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https://youtu.be/7BpY6I9ZR3A

                                                                




....



아이가 아이였을 때
사과와 빵만 먹고도 충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딸기만 손에 꼭 쥐었다
지금도 그렇다
덜 익은 호두를 먹으면
떨떠름했는데 지금도 그렇다
산에 오를 땐 더 높은 산을 동경했고
도시에 갈 때는 더 큰 도시를 동경했는데 지금도 역시 그렇다
버찌를 따러 높은 나무에 오르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도 그렇다
어릴 땐 낯을 가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항상 첫눈을 기다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막대기를 창 삼아서 나무에 던지곤 했는데

창은 아직도 꽂혀 있다 .

....

아직도 라는 말이 , 구원 처럼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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