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가을 아침

torana3 2019. 8. 23. 09:44

한 때는 문학이 좀 거추장 스러웠습니다.

의학이 논리와 이학적 지식을 요하는 것이 우선이라, 불확실하고 모호한 표현은 약점이 됩니다.

게다가 제가 지나온 청, 장년기는 디지털 문명/ 경제 논리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뀐 세상이 되어 버렸기에,

시나 소설의 흐느적 거리는 지리멸렬한 웅얼거리는 식으로 대화는 열등해 보인다고 여겼습니다.


아침.

넓은 공원의 잔디밭에 백로 십여마리가,  듬성듬성 미동도 없이 서있는 경치가 눈에 들어 옵니다.

한 여름, 뜨거운 아침햇살아래 홀로 서있던 강한 콘트라스트와는 어전지 다르게,

푸른 빛도 바래고  백로의 눈부신 순백도 흐릿해져  경계가 희미하게, 어른 거립니다.

계절이 바뀌면, 노쇠와 소멸의 사이클에 들어서면, 모든게 뒤섞여 버릴 겁니다.

기억의 저장고에서는 빗장이 풀려, 느닷없이 그 시절 그 고장으로 이동해 버립니다.


해내야 할 일이 많지 않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지 않아도..

좀 어리 숙해도 그러려니, 도움을 받는 일이 더 자연스러운 , 그런 나이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해야할 일이란, 지금 부터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미안하지 않도록, 마음 내키는 대로 사랑하면 될,

그리고 문학을 즐긴다 해도 부끄럽지 않아도 될,

그냥 나 답게 살아도 될...


-김은성 만화작가의 내어머니 이야기를 읽다가 제가 어려서 쓰던  고향 말들

싱건지( 동치미) , 산내키( 새끼줄)베꺼티 (바깥) 물 질어다( 길어다) 자방침 ( 재봉틀) 뼈다지( 서랍) 뽑뿌( Pump) 마롱( 마루) 전도부인 ..들 를 발견했습니다.

( 함경북도와 전라북도라는 먼 지역이 이름을 공유 한다는 게 신기합니다)

- 최인호 작가의 인터뷰 , " ...소설을 쓰다보면 신기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3-40년전 들었던 이야기가 소설을 쓰려고 보면 갑자기 그사람과 연락이 돼서 작품에 나타날 때도 있고...죽을때 눈앞에 살아온 과거가 파노라마 처럼 펼쳐 진다는  그말에 동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문학은 아주 게으르게 어디선가 잠자고 있다가, 인생의 만년에서야 슬며시 드러나,

가장 바른 이치와 진리와 인간의 정신의 작용 방식을  보여 주는게 아닌가....


가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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