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休暇期 2- 낭만에 대하여

torana3 2019. 5. 2. 08:48

몇년전에 힘든일들이 몰아 쳐 닥쳤을 때 예감이라는 것이 참 싫었습니다.

그 후로  미래에 일에 대해, 기쁜일이라 할 지라도 미리 예단 하는 일은 애써 외면합니다.

다행히 나이 들어, 미래를 전전긍긍 하지 않고도 나쁜일이 일어나지 않는 하루로 만족하고 지냅니다.


여행을 철저히, 휴식의 시간으로 할애 할 작정이라, 별 준비 없이 지냈는데,

문득 유튜브의 최백호 음성의 낭만에 대하여를 한 번 듣고 귀에 꽂힙니다.

- 낭만에 대하여... 잃어 버린 것에 대하여.

낭만이 무엇이었던가, 왜 낭만은 소시민의 수동적이며 , 나약한, 현실의 문제들, 투쟁의 언어 밀려 죄의식을 갖게 하는

부끄러움과 패배의 언어로 몰락해 버렸는가.


그리고 출발하는 날의 아침, 언제나 처럼, 여행중 읽을 거리를 찾느라 책장앞에 섭니다.

책들은, 그레이 아나토미의 메러데스가 애인에게 간청하는 것처럼, "Coose Me! 나를 선택해 주세요" 라고 재잘대는 것 같습니다.

신통하게도, 매번, 그즈음의 정서와 여행지에 딱 어울리는  책이 눈에 들어 옵니다.

아미엘의 일기, 작은 문고판입니다. 30년전 첫 부임지인 충청도에서, 읍내 서점에서 우연히 찾아,한동안,아미엘은  나의 아니마 였습니다.

예감은 여행을 전원 생활의 낭만을 느끼도록 유도 하고 있습니다.


애초의 목적지와 다르게,  한참 우회하게 되는 코스를 정한것은 남편의 불현듯 몇년전  조기 은퇴하고 시골에 개원한 동료를 만나고 싶다 해서입니다.

 휴계소의 주전부리와 끼니를 참고  꼭 먹고싶은 지방의 이름난  맛있는 음식들을 기대하며 공복을 유지 하기로 했지만,

저는 내비게이션의 스마트한 안내,  고속도로와 최단거리를 무시 하기 위해, 지도를 구할 목적으로  휴계소의 관광 안내소를 들릅니다.

그렇게 얻은 지도에 명시된  이효석을 발견합니다.  마치 그곳이 여행지 선택의 가장  우선순위 였던 것 처럼, 도로를 서둘러 빠져 나옵니다.


허생원은 다리를 절고 얼굴이 얽었습니다. (메밀 꽃 필무렵)

" 까스러진 목뒷털은 주인의 머리털과 같이 바스러지고 , 개진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곱이 흘렀다.

몽당비처럼 짧게 슬리운 꼬리는파리를 쫒으려고 기껏 휘저어 보아야 벌써 다리 까지는 닿지 않는다....

냄새만 맞고도 주인을 분간 하였다. 호소하는 목소리로 야단 스럽게 울며 반겨하는" 당나귀에 짐을 싯고

밤 이슬 맞으며 장에서 장으로 가는  .. 아름 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의고향인.." 장돌뱅이 입니다.


젊어서는 정착할 꿈을 갖고 돈도 모았지만, 투전판에 다 날리고,

" 겨우 나귀만 끌고 읍내를 도망 나와 - 너를 팔지 않기를 다행이다-고 울면서, 그 미물에 마음을 나눕니다.


' 산허리는 온통 모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히고,'

' 달밤에 제격인 이야기- 무섭고도 기가막힌 - 봉평 제일의 처녀와의 하룻밤'

'샘 날 정도로 건장하고 아름다운 청년 동이의 등에 엎혀, 그가 자신이 나은 아들일지도 모르다는 사실에 희열하며

'나귀, 저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나귀새끼같이 귀어운 것이 또 있을  까...

허생원의 허망한 기대일지도 모릅니다. 동이가 아들이 아닐 수 도 있습니다.  우연히 왼손잡이 임을 발견하고 확신을 합니다.

생애 처음 느껴 보는 자부심, 들뜨는 미래의 상상으로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 둥실 가벼웠다." 입니다.


남편은 시종, 얼마나 가난하고 피폐한지 그 생활상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없다면서 뜬구름 같은 미화를 비판을 합니다..

네 그렇지요,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희망을, 기쁨을 찾아냅니다.

네 낭만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그렇게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역시 순간의 낭만들로 부축받으며 여기 까지 왔습니다...  라면서

짧은 토론을 접었습니다.



이효석은 어린나이에 읍내의 소학교를 다녔고, 영어교사이며 신지식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이주해서 소년기와 청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출생부터 사망까지 일제 강점기를 보냈으므로 다른 세상은 알지도 못했을 겁니다. 일찍 부터 접한 서양의 문학과 어린 시절의 고향의 정경들이 어우러져

정신을 다듬었습니다.  평양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지은 집을 재현 해 놓았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다탁과, 서재, 축음기와 피아노...푸른집

담쟁이로 둘러쌓인 언덕위의 집을 주민들은 그런 애칭으로 불렀답니다.

( 마침 먼저온 방문객이 문화해설사를 대동한데, 슬쩍 끼어서 듣습니다. 초로의 남자분, 집에 담쟁이를 심으면   숨이 막혀 단명한다더라고 하십니다

해설사는 그렇군요, 이효석이 알았더라면 담쟁이를 안심었겠네요.. 라고 맞장구를 칩니다.

입밖으로 내어 참견은 안했지만, 속으로 좀 볼멥니다. - 아, 낭만을 이야기 하는 거라구요.


..." 음영과 윤택과 색체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버린 꿈을 잃은 헌출한 뜰 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오로지 생활의 상념에 잠기는 것이다. ...

가난한 벌거숭이의 뜰은 벌써 꿈을 배이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탓일까? 화려한 초록의 기억은 참으로 멀리 까마득하게 사라져버렸다....

엄연한 생활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된다,이야기 속의 소년 같이 용감해 지지 않으면 안된다"-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


- 낭만을 노래 한다 해서 생활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민족의 처지나, 민초의 삶에도 눈물이 눈물겹고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소년다운 용기를 내는것 조차도 결심하고 힘을 내야하는 심약한 낭만 서생의 다짐에 저 역시 공감합니다.



" 우리의 내적 생활은 기분이나 감정의 여러가지 폭풍이 우리몸에 불러 일으키는 부수적인 교란에 번뇌하지 않고 매일 규칙적인 바로미터의 곡선을 그리고 있다.'

' 나는 기도드리며 보복 복수 인내심이 결핍된 마음이 아니라 관용, 감사, 용서의 마음을 구했다.'

'우리에게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이 이따금 아주 주관적인 불가능함에 지나지 않음을 알았다.'  - 아미엘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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