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염 殮

torana3 2018. 12. 14. 08:29

노인병원에 근무 한지 만 삼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정신과 환자들은 매우 건강합니다. 그러니 30년 임상경험중, 사고 가 아닌 죽음을 본적이 없습니다만, ,

노인병원에서는  많은 죽음을 목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그 죽음이라는게 참혹하지도, 애절하지도,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어느날, 조금씩 징조를 보이다가, 자연 스럽게 스르르 맞이 하게 됩니다.

어제도 할아버지 한분을 보냈습니다.

치매가 심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밖으로 차도로, 환의 입은 채로 걸어 나가셔서 찾아 오기를 여러 차례,

태연하게, 내가 ?그랬어요?, 금세 잊어버리십니다.

체격도 건장하고, 잘생기셔서, 듣기로는 평생 한량처럼, 전전긍긍 살지도 않으셨다는데,

그 유한 성품과 끼로 자식들의 사랑을 많이 받으셨습니다.

딸이 면회오면, 근처 카페에서 둘이서 다정하게,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로맨스 그레이 전형으로 보였습니다.. 겉모습으로는.


작년 가을, 정기적인 혈액 검사에서 간수치가 높게 나와, 종합병원으로 보냈는데, 암판정을 받으셨으나,

- 치매가 심하면 항암 치료가 어렵습니다. 복잡한 치료과정과 함암제의 부작용에 대한 인지가 있으셔야 합니다-

치료는 포기 하고, 몇개월의 시한부라 하셨으나, 일년이 넘게,

매번, 아프시지 않느냐 해도, 뭘 별 소리 다한다는 표정으로 쳐다봐서, 우리는 그저 다행이다... 했습니다.

한번도, 고맙다느니, 하는 인사치레 받아 본일도 없는 그분으로 인해 우리는 공연히 흐믓하고 돌보는 기쁨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한번씩 간식을 청하고  커피와 딸이 사다놓은 과자를 한두개 아주 점잖게 드시고 일어나시고는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느닷없이 다른 병실로 성큼 들어가, 일하시는 분들을 위협 하기도 하고 놀라 제지 하려는데

달겨들어 얼굴에 상처 까지 내셨습니다.

직원의 보호를 위해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만, 여명이 얼마 남지도 않은 분을 다른 곳으로 보내기도

-치매 환자에게 익숙한 환경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끼리는, 할아버지가 예쁜여자들에게만 해꽂이 한다, 면서 소년의 짖궂은 애정 표현이라고 웃어 넘기려고 했으나,

아무튼 적은 인력에도 철저한 밀착감시...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아픈 줄도 모르고 그냥, 자신의 몸의 불편함, 이상함을 어찌 할 바 모르시다가,

그래도 먹는 일은 거르지 않으시더니.. 안드시고 일주일, 의식 놓으시고 닷새만에, 숨을 내려놓으셨습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행복하든 불행하든 또는 제정신이 아니어도 끝까지 삶을 지켜내다가, 가는 일은.. 장렬한 죽음이라고 칭송할 일입니다.


"...시신과 정을 나누다가 보면 어느 사이 그 시신 언저리에 남아 있는 삶의 때라 할까유?

뭐 그런 것이 걷히고 비로소 내마음도  편해지거든요..."

   - 조오현, 염장이와 선사 중에서








오래전에 그린 겨울 그림들을 불러내와 봅니다. 이제는 이런 정밀한 그림을 그리기가 힘듭니다. 장편소설이나 무거운 철학책도

엄격한 수행에 관한 책들도 , 공분 시키는 신문의 기사도 보지 않습니다. 그냥, 천천히 잊혀지고 가벼워 질 모양입니다.

'Psychiatr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테두리   (0) 2019.01.03
한 정신과 의사의 희생을 기리며*  (0) 2019.01.02
사랑을 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 보다 행복 하여라  (0) 2018.12.13
悲唱 Pathetique   (0) 2018.12.05
스트레스 유감  (0) 2018.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