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artsoop)이야기

오늘~~*

torana3 2017. 12. 27. 12:08

" 스무살 때는 무슨 고민을 하셨어요,?"

훅 들어 오는 질문에 뭐라.. 답을 해줘야 한다는 .

해서는 안되는 반응을 습관처럼 또 합니다.

( 출제자의 의도를 알아야 합니다)

그 아이 또래는 의례히 그럴 것이다는 짐작으로..

" 인간관계, 가족 걱정, ...?"

" 진로에 대한 고민은 안하셨어요..?

 아, 이제야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포커스를 맞춥니다..

" 무엇을 해도 흥미가 없어요, 처음에는 재미 있을 줄 알았는데 일년 해보니 그것도 어렵고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아참 그랬습니다. 스무 몇살, 아니면 영원히 라도 가장 큰 근심은 자신의 문제입니다.

무엇이 욕망으로 이끄는가,

제 스무살 무렵의 친구들은, 확실히 타자의 욕망을 자기것으로 만들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 해서, 위인전, 학교와 사회에서 내 보이는 이상적인 모델들,  심지어는 소설이나 드라마의 주인 공들도

 욕망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시골에서는,,, 어쩌다 한번 올라가 보았던 서울의 백화점의 상품들, 경양식 집에서의 식사나

심지어는 수세식 변소와 세련된 말씨  실연의 아픔을 각오하고, 그 이별 까지도 동경하는 그 모든일이 내가 갖고 싶은, 가져야만 하는 욕망이었습니다.

어쩐지 삭막해 보일 것 같은 이과생 티를 벗느라고 철학수업을 도강하고, 봄, 야외 캠퍼스에서 김동리나 이효석의 문학 수업에도 진지 했었고

담배연기 자욱한 다방에서 몰래몰래 시국 비판도 하느라고, 니힐이나 좌절도 타자로 부터 배웠습니다.

그 모든 것은 실은 어른이 되는 내 장래를 위한 것이었고, 그 사다리를 조심스레 올라가 지금에 이르렀습니다만,


그리 이루어논 산업화 사회의 결과는  돈과 사회적 지위, 힘을 얻는 것이 최선이 되었으며

그를 쟁취하기 위한 것은 끝도 없는 훈련과 경쟁,이며 그 사다리의 정점은 너무나 좁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더이상 어른들의 양가감정, 이중구속(Double Bind)에 속고 싶어 하지 않으며 이루고 싶은  꿈이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예쁜 얼굴에 간간히 보이는 수심이 마음 아픕니다.

아이들의 깊고 깊은 우울이 실은 샘도 솟고 푸른 이끼도 자라는 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숲 화실에는 크리스 마스 전야, 글뤼바인(과일넣고 데운 붉은 포도주) 파티가 열렸습니다. 저는 독감이 심해서 시작도 전에 슬쩍 빠져 나왔습니다만,

보윤이가 " 저 좋아하는 크럽 뮤직 틀어도 되죠?" 하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 후 파티의 열기가 어땠을지는...짐작이 갑니다.

숲 주인은 거울에 투영된 이미지 보기를 즐깁니다. " 여전히 자신의 이미지에 놀라는, 거울 단계의 어린아이" 같습니다.


* 준우는 화실 구룹 방에 그림을 올리면서 호이테~~ 합니다. 독일어로 오늘이라는 뜻이랍니다.


그 아이들의 오늘 하루의 열망은, 우리가 기를 쓰고 노력하던  먼 훗날의 성취에 대한  욕망과는 다르지만, 살아가는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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