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artsoop)이야기

숲의 아이들

torana3 2015. 3. 31. 07:58

오랜만에 숲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실은 '불려 나간 것' 이 더 정확합니다.

이제는 열정을 지속 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마음은 숲 언저리를 맴돌고 있지만,

지척에 두고도 동하지 않는 것은...실은 내가 혼자서 만든 이유들 때문인 것... 압니다.

 

유학중인J가 다니러 왔다가 독일로 다시 돌아가는 송별 겸입니다.

숲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른을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소곳이 듣고 있거나 지루하여 참고 딴청 부리거나 하지 않고, 당연하게 대화에 끼어듭니다.

아티스트인 부모를 두었고 어린 아잇적부터, 화실에서 그림과 화구와 화집들을 장난감 삼아 놀았던 J는

자연스럽게 예술과 철학을 즐깁니다.

거기에 독일식의 논리적 사유가 더해져 우리 세 어른들은 이 어린청년이 제시하는아젠다에 슬슬 끌려들어갑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

"네 또래 아이들이 그런 진지한 대화를 싫어 하지 않니?"

"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그렇지 결국은 같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간혹 필드에서 벗어나는 때가 있지만, - 즉 의미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경우는-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 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 올 수 있어요."

 즉  택스트나 전문적이고 보편적인 논점, 정의 를 인용하며 자기 들 끼리 신호로 양손의 손가락 두개를 까딱거린답니다.

우리는 개그맨들이 하는 뿌잉뿌잉 애교 신호로 알았는데. 따옴표("  ") 표시랍니다.

젊은이 다운 편견없이 순수한 인간관계의 방식이 신선합니다.

 

제가 요즈음 색칠하기를 하고 있다니까, 역시 숲 선생님은 뜨악하신 표정입니다.

이전 같으면 제가 더 비판 했을겁니다.

그러나 대충 시작하게 된 동기와 문양그리기를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하니, 그 문양도안을 스스로 만들기는 도움이 안된다고 하십니다.

 

내가 왜 남이 만들어 놓은 문양안에 색을 칠하는 단순하고 지리하며 반복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걸까,

때로는 몰입되고 잔잔한 희열도 느껴가면서.

예술은 인간 본능의 하나인 자기 표현이 그 중요한 역활입니다.

남과 다른, 나의 존재와 개성을 드러내어 소외된, 부재의 인간에 정체성을 부여하는것...

그렇다면 이러한 문양 그리기는 그 반대입니다. 개성을 죽이는 것, 자기를 포기 하는 것, 오직 타인과 절대자에 순종하는 것.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때, 어린시절, Seperation- Individuation의 과업이 비교적 잘 이루어 진 편인 것 같습니다.

 이는 살아가는데 많이 유용했습니다.

누군가로 부터 감정적인 서포트를  보통이상으로 요구 한적이 없으며

적당한 휴머니즘과 성실함으로 독립적이며, 개성을 유지 하면서 살아 갈 수 있었을 겁니다.

자유의지, 실존,창의적, 독창적이라는 말을 신봉하고, 독재와 도그마, 권위라는 말을 싫어 했습니다.

그러나, 독립적이지 않은 존재의 감성에 깊은 교감이 어렵습니다.

실존의 간극에 스며있는 영적인 힘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이제야 말로 저에게는 그 개성을 , individuation을 약화시키는 과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슬람의 세밀화, 탱화, 단청의 문양, 만다라, 아이콘의 테두리 문양, 스테인드 글라스...

그 예술가들을 생각합니다. 신에게 순종하기 위해, 타인과 절대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여

주어진 테두리 안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 일종의 기도이며 명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숲 아이들의 멋진 작품들입니다. 개성이 뚜렷하며 독창적입니다.

그래서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화풍 들이어서, 허락 없이 올려도 무방하지 않을 까,

유럽의 유수의 예술 대학에서 공부하는 숲의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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