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artsoop)이야기

대화

torana3 2012. 10. 10. 09:36

토요일 숲에서.

 

아르곤 기사님 과 몇명 호비트( 나이에 상관없이, 요정같은) 들만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과 작업 하는 것이 숲에서는 보통이나, 전에는 숲 주인과 어른들이 같이 있었으니

(그래봐야 생체나이로 제가 제일 연장자입니다 ㅜㅜ ) 어색하지 않았으나, 조금 쑥스럽습니다.

 

기사님의 미션, 자화상 그리기 입니다.

단 윤곽없이, 얼굴에서 전에는 보지 않았던, 주름, 땀구멍에 집중하랍니다. 소묘재료로.

거울을 들여다 보면서, 눈의 실핏줄, 얼굴을 우스광스럽게 찌그려 가며 일부러 만든 주름을 강조 해서 그리다보니

이런 모양이 되었습니다. 흑

 

 

 

 

할딱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작은 여자 호비트가 통통 튀어 들어 옵니다.

몇 살이야,

-아홉 살

아홉살이 이렇게 작아? 너 댓살인줄 알았어.

-아휴,  초등학생이나 되었는데..

 

아르곤 샘의 지도가 시작 됩니다.

언니들 오빠 들이랑 이 선생님도 자기 얼굴 그리기를 해, 거울 보고 너도 그려볼래

- 싫은데요( 무시해 치웁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그릴거에요

다른 사람 누구?

- 아무도 아닌 사람요, 이름이 없는 사람

( 철학적입니다, 오딧세이가 사이클롭스(외눈박이 거인) 의 섬에서 자기 이름이  NoMan(NoOne) 이라고 소개 해서

나중에 오딧세이에게 눈을 찔리고  도움을 청 할 때 NoMan is killing me 라고 말해 거인 친구들이 그냥 가버리게 합니다)

그사람들이 어디 있는데,

- 롤러 코스터 타고 있지요 물론,

 순간 작게 그리던 두사람에서, 롤러 코스터를 화지에 크게 그려댑니다. 신나서.

우리는 숙제를 멈추고 부러워 그녀를 구경합니다.

분홍 물감을 여기저기 뿌려대고, 본드를 가져오라고 명령하더니 골판지 한조각을 오려 롤러 코스터 위에 떡 붙입니다.

이게 뭐지,

- 쿵 하고 떨어져요, 롤러 코스트 타는 사람들이 무서워 해요, 이건 피에요

왜 피가 분홍색이야( 어리석은 질문)?

- 분홍색아니라 빨간색이에요. ( 우리는 더이상  믿고 있는 사실을 우길 수가 없습니다)

- 오빠는 롤러 코스터를 타는데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오줌이 마려웠데요. 하하

 

제 자화상 그리기가 다시 시작 됩니다. 얼굴 한편에 롤러 코스트를 터널 처럼 만듭니다.  터널의 출구는 낭떠러지

 나도 무서운 롤러 코스트를 만들었다! (소녀에게 자랑)

 

 

- 야, 밑에 바다를 그리면 되겠네요, 바다위로 떨어지면 다치지 않아요,

(그런데 선생님이 지정한 소묘 재료에는 파란색이 없습니다 제 굳어진 머리로는 규칙을 파기하기가 주저 됩니다)

거기에 긴 사다리를 놓았다가, 노끈으로 만들었습니다.

 

롤러 코스트를 제작하는 롤 플레잉 게임을 즐기던 아들 녀석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제 얼굴은 슬픔과 두려운, 그리운  감정으로 구겨져 있습니다.

호비트 여자아이의 ' 오빠에게' 복수 하는 소망 충족이 그대로 표현 되고도, 전혀! 마음에 죄책감을 담지 않는 천진함이

조금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저작권 문제가 우려되어 소녀의 그림 촬영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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