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1925-1970) 가 그의 어느 작품 서두에서
자기는 '태胎중의 일을 기억 하고 있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전해 들은 이야기와 상상이 혼합된 허구의 기억이리라 생각되지만,
저도 최초의 기억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일이 있습니다.
약간의 폐소공포(claustrophobia)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생활에서는 심하지 않은데 꿈에서는 자주 가위눌림을 경험 합니다.
대개 어느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쫒기는 상황인데
꼭 아주 좁은 통로나 구멍을 빠져나가야 하고 그때마다, 공포, 숨막힘, 초조를 느낍니다.
저는 그게 혹시 출산시에 산도産道(Birth Canal) 을 빠져 나오는 기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원초경 原 初 景 *
내 태어나 처음 본 것은
그 해들어 처음으로 눈이 많이 와 천지 사방의 흰 빛입니다.
할머니는 닭장 옆에서 방금 꺼낸 나의 태胎를 태우셨습니다.
눈이 녹은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동그랗게 커지는 구멍이 햇무리 같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가 대문을 막 들어서면서
아이가 태어났다는것을 알았습니다.
할머니의 어깨너머로 까만 중절모와 코트 차림의 아버지를 보았고
아버지와 나란히 서서 할머니의 구부린 등어리를 보았습니다.
우물가 은사철 나뭇잎에 얹어있는 눈꽃을 본 것 처럼,
집 뒤 둔덕너머 마을 방죽에 빠져죽은 처녀아이의 울음닮은
바람 소리를 들은 것 처럼
분명히 기억합니다.
* Primalscene원초경元初景은 프로이드의 유아성욕설에서 나오는 용어지만 여기서는 한자를 바꾸어 도용했습니다.
**꿈이라고 제묵 붙인 그림에서도 이런 주제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