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책

torana3 2010. 6. 16. 11:06

2010년 종이에  fine liner

  

막 인지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세상의 이것저것을 보여주고 가르치는 일은 부모의 큰 기쁨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수련을 마치고 충청도의 시골마을에 첫 직장을 얻었습니다.

듬성듬성 소나무 동산과 붉은 황토길, 검푸른 고구마 밭이 너른 동네 한쪽에 일터가 있고 그 뒷편 관사에서 ,

그곳에 내려가 태어난 두째의 한 돌 반, 큰아이 세 돌반 까지 살았습니다.

 '맘이 설레어' 일은 하는 둥 마는둥, 집에 돌아와 애 둘 자전거에 태우고 동네를 한바퀴 돌아오는 산책이 매일의 일과 입니다.

 

아이들은  새로 학습한 내용을 반복하면서 예측하거나 기대하고 그 사건을 조정, 실행해보는 놀이로서 세상을 알아 나갑니다. 

담배공장의 담벼락에 소리를 질러 보내어 메아리를 불러오는것을 알았고,

울퉁불퉁한 내리막길 에서는 자전거를 지그재그로 몰아야 한다는것,

개가 있는 집을 지날때면(인기척만 나도 무지하게 짖어 대니 아마 엄청나게 큰개로 알았을 겁니다)

 눈 질끈 감고 숨도 꾹 참고 마치- 그개가 튀어 나오기라도 할 것 처럼 - 잽싸게 달아나는 행동도

매일이 똑 같았습니다.

안개에 쌓인 계룡산을 향하는 누렁소의 긴 울음,

외양간에서 우물 거리는 흑염소의 반짝이는 눈동자..

붉고 푸른 하늘을 가득채우는 큰 햇덩어리가  뚝뚝 떨어지면서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일몰日沒을 본 것도 그때였습니다.  

 

 산책길에 얻은  詩  두편

   

       꽃 고무신

 

 엊저녁 어스름 산책길에

우리 아가 꽃 고무신 한 짝을 잃어버렸다.

밤새 이슬 젖어 외로울까봐

동트는 길에 새벽같이 되돌아 가보았더니

빈 길에 까치만 후두덕 날아 오르고

부드러운 햇살이 바람에 실려 맴돌다

내려 앉는다,

까치야 까치야 헌신 줄게 , 새신다오. -1989년 엄마 詩

 

   길도 삐뚤삐뚤,자전거도 삐뚤삐뚤. -1989년 아가詩, 4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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