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장래 희망

torana3 2024. 8. 9. 09:25

제가 환자와의 면담 중 자주 장래 희망이 무어냐고 묻습니다.

2-30 대 뿐아니라 40, 50대 까지 그 질문을 받게 됩니다.

그것도  급성기 증상이 가라앉고 안정되어 퇴원 준비를 할 때가 아니라 입원 초기 면담중에 하는 일입니다. 

입원 하게 되면 정신적 혼란은 물론이고, 가족과 사회에 대한 원망 뿐 아니라 자책감에 극에 달하여

절망 상태에 빠집니다.  쉴새없이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 낼 때 뜬금 없는 장래 희망에 대해 물으면,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의도 된 질문 일 수도 있는데,  도저히 해결 할 수 없는 현 상태에 몰두하거나 집착하는 것으로 부터 논점을 이탈 시켜 스스로를 돌아 보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처음 만난 치료자에게 모든 바이어스를 벗어난 자신의 다른 면모를 보여 주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긍정적으로 내면 에 소통 하려는 것이지요.

( 물론 indication 이 되는 환자군에서 조심 스럽게 접근 하고 있습니다)

 

대개는 빠른 시간에 일상에 복귀 할 수 있는 현실 적인 소망을 말합니다. 무언가 자격증을 딴다거나  시험을 쳐서 

안전한 일거리를 찾는다는, 장사를 해보거나  아무튼 아무 일자리라도 찾아 보겠다고 희망을 말합니다.

언제나 늘 해왔던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대답을  꺼냅니다.

실은 입원 전에 전혀 실행 하지 못했던 이미 신뢰를 잃어 버린 대안 들입니다.  그것 말고 꿈이 무어냐고 재차 묻습니다. 

일그러졌던 표정이 풀리고  마음이 조금 잔잔해집니다. 치료자( 타인)를  제대로 바라볼 여유를 찾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박 하거나 때로는 비현실 적인 , 거절 당할 까봐 ( 무시 당할 까봐 ) 감히 꺼내 놓지 못했던 소망들. 

그런 것을 듣게 되면 마음이 조금 아파 집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에서 맥칼리스터 교수가  비현실 적인 소망에 대해 우려를 표 할때 키팅의 말 

" 하지만 인간은 꿈을 통해서만 완전한 자유인이 되는 법. 항상 그래왔고, 또 항상 그럴것이다." 

 꿈이 실현 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압니다. 

그러나 꿈 꿀 자유를  그들도 원합니다.  그  잊고 있던 소망 들을 상기하는 것 만으로도 

퇴원 할 무렵에는   삶을 지탱 할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를 모을 수 있게 됩니다. 

 

최근에  책을 좋아 하는 맑은 청년으로 부터 선물 받은 책입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섭렵 하던 터라, 면담 대신에 독서 토론이 가능 할 정도 였습니다. 쓸데 없이 봉투 같은 것은 끼워 놓았으면 안된다고 농담 했으나 기꺼이 받습니다. 요즘 집중도가 떨어져 쉽게 읽히지는 않지마는 청년이 밑줄 그어 놓은 글귀들을 따라 가며 천천히 읽어 볼 생각입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가 해설해 놓았다는 '만요수 선집'과 / 불교철학을 공부한 신부님의 '성경와 무문관의 우연한 만남' 두권입니다.  섬세하게 골랐을 그 마음 씀씀이가 이쁩니다.

 

병동의 이동 문제로 그간 맡았던 환자 분들이 다른 파트로 이동 하게 되어 작별 선물로 불쑥 내민 꽃 선물 입니다. 정든 제 마음을 주체 못하고 왈칵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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