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일지 7/29/22

torana3 2022. 7. 29. 10:37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 집니다. 

 

5시 좀 넘으면서 , 여름의 아침은 부산하게 시작합니다.

새벽에 잠이 깨기 시작 한 것은 꽤 되었습니다. 좁은 아파트 안에서 더 밝기를 기다리기 까지 할일이 없어서, 

그런때  나가 일할 수 있는 작은 텃밭이라도 있었으면 ... 그랬는데, 

시골집에서 젊은 아들 내외 깰 세라, 슬며시 밭에 나가 한 낮 더워 지기 전에, 서둘러 밭일 하고 들어와  늦잠잔 며느리에게, 더자라 하시면서 금방 일어 나신것 처럼 시치미 떼시던 , 어머니가 딱 지금 제나이 셨습니다. 

 

 집근처에 무리 하지 않아도 되고 아기자기 하여  배려심 많은 아침 산행 하기 좋은, 작은 산이 있습니다.

제 나이 쯤 되어 보이는 동네 사람들이,모여듭니다. 익히 아는 사이 인듯, 보자마자 전 날 사건들을 쏟아 냅니다. 

마치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적당한 추임새 유도해가면서. 

곁에서 듣고 있자니, 바쁜 자손들이나, 무뚝뚝한 남편들이 성가실 듯한 수다 들입니다.  

 

외래의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 한 여인이 급하게 병원 문을 밀고 들어 옵니다. 

저는 면담이 필요해요, 머리는 헝크러져 있고 , 대충 의 차림새가 , 마음 먹은 외출은 아니였을 것 같습니다. 

" 종일 울었어요, 또 시작인가 봐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입원도 해보고, 

의지도 강하시고 병식도 있으셔서 ,  약도 많이 줄이셨습니다. 

" 이러면 또 석달 가요,  가족한테 미안한데..." 

마치 아문 상처가 터진 듯 우울과 통곡이 삐질삐질 새어나오는 것을 망연자실, 원통함, 분노, 섞인 넋두리가 한참을이어집니다.

 

여자나 남자나 고해의 바다를 건너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가족의 감성을 책임져야 합니다. 불완전한 미숙한 어린 새끼들이 다치지 않게 

보호막이 되어주어야하고, 또한 미숙하게 성장한 남편의 남아있는 유치한 투정의 버퍼가 되어야 합니다. 

모성과 시대의 역사가 그렇습니다.  

 

퇴근을 미루고 기다리고 있던 우리 직원들에게, 그리고 저에게, 또 너무나 미안해 하면서, 겨우 수습하고 가십니다.

한탄의 중간중간, 그래도 사랑 받았던, 빛나던 청춘의 시절, 그간의 노고로 가족들의 감사에 대한 자부심을 건져 내시고 나서. 

이 나무는... 참 굴곡진 삶을 살았구나...
어린시절에 모아 놓은 상자 속의 사탕과 같은 것, 간혹 우리를 기쁘게 만드는 선물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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