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사십년 정신과인생

torana3 2022. 7. 13. 09:23

1.정신과의사가 된지 40년이 가까워 지는데, 그거 아니라도 나이로 보아도 만난 사람의 수는 셀 수도 없을 겁니다.

비오는 아침, 출근 버스안. 흐름을 알 수 없는고요한 잿빛 한강 물을 보면서 문득 언젠가 만났던 사람의 사소한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작은 수다같은 일종의 남 이야기였습니다. 어머 정말 그랬어 .. 그런 추임새 넣어가며 .

왜 그 이야기가 떠오른건지 모르겠지만, 뒤 이어서, 그런 많고 많은 다양한 인격들을 만나고 겪었는데도 나의 본성은 거의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실소 합니다. 저는  타인과의 합의가 아닌 내 기준과 판단으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내용이 대개는 진심 타인을 위하는 거라그리 원망을 듣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그런 관계의 습관을 고치기가 어려웠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부터,  현실을 직시 당하고 나서야 아 내가 지나치구나 이건 성가실 수도 있겠구나. 급 반성 합니다만, 알았다해도  모난돌이 둥그렇게 변하기는 않을겁니다.  타인을 보는 관점이 고착 되어 버리는것은, 인간이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 느리게 발달 하기 때문에 변화를 느끼기 어렵고,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인생이 찰라 라고 누누히 가르쳐 주시기는 하지만... 

아무튼. 좀더 분발 해야 겠습니다. 노년의인생으로는 아직 초반이고 어린애라고 생각하면서.. 하하 어린 늙은이 . 재밌네요.

 

2.모닝 리포트 시간에, 노련하게 환자를 잘 다루는 책임 간호사가 " 그는 듣는귀가 없어요!" 답답한듯 내 뱉습니다. 고집 불통 환자에 대한 보고 였습니다. 표현이 하도 재미있어 기록해둡니다.

 

3. 외래에서. 

청상과부인데 억척스럽게 일해서 자식 키워내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를 갖게된 환자분.  울며 불며 자식을 원망하고 신세 한탄을 늘어 놓으십니다. 같이 늙어 가는 자식의 입장도 이해가 가서 원하시는 대로 상황이 변 할 것 같지 않고  뭐라 위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고 오늘 오셔서 , 환한 얼굴로, 어렵게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구했다고 자랑하십니다. 그가 홀어머니에게서 컸다는 사연 때문에 감정이입이 되어 젊어 좋아하던 팝송 다 치워 버리고 완전 팬이 되버리셨답니다. 아들이 구해 주었냐 물으니. 단호하게, 아니.하시면서, 자기가 듣고 있는 유명 유투브 방송의 유투버에게 사연을 말하니  그가 보내 주었답니다. 알록달록한 의상과 모자 , 그리고 현재의 트랜드도 거침 없이 따라 잡는  그 분에게 감탄과 찬사를 드렸습니다. 걱정할 것 없을 듯 합니다. 

 

4. 마음을 다루는 정신과 의사는 해답을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소통하고 과정을 함께 겪어나가는 관계입니다.

 

낯익히기 시도로, 나무 몇 구루 사진 위에 낙서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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