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어머니의 색연필

torana3 2020. 1. 17. 09:36

지난해에는 연말의  얼굴없는 천사가  유난히 더 화제가 되었네요.

때를 맞추어서, 성금을 가로 채려는 절도범이 대기 하고 있었다가, 붙잡혔다고 합니다.

제가 어린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그 동네에서 일어 난 사건입니다.

지금도, 그 길들, 시궁창 따라 골목을 벗어나면 마을 입구에 조금 넓은 장소를 반원으로 둘러선, 가게, 만화집, 버드나무,

그로부터 쭉 뻗어 나가는 큰 길가, 구 공설운동장을 허물고 만든, 새 양옥의 주택단지,

신작로로 이어지는 그곳에 공설운동장의 입구로 쓰던 건물을 개조해 만든 동사무소가 ( 나중에는 신축 했지만)

그 유명한 장소입니다.

너무도 또렷하게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 나이 들면, 더 분명하게, 다른 기억이 다 지워지고 그 광경만 동동 떠다닐지도 모릅니다)


마을을 벗어나, 제가 다닐 때도 이미 설립된지 오십년이나 되는 붉은 벽돌의 국민학교,

아버지 근무하시던 그 고등학교

따라 걷다보면 작은 시장이나오고( 성문은 간곳 없으나, 동문시장이라는 지명을 생각하면

옛날 조선시대에 작은 성문이 있던 자리 일겁니다)  큰 팔달로라는 이름의 시내를 관통하는 가장 큰 도로 에 다다르기 전에

작은 인쇄소를 겸한 ( 지금으로 말하면 복사가 주 업무인, 활자를 뽑아 틀에 끼우고 검은 가루를 판에 부어 찍어내는 활판인쇄)

해외 서적 을 취급하는 서점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인쇄술이 지금 같지 않아, 조잡했던 당시, 화집이라든가, 그런것도 거기에서 사주셨습니다.

( 어머니는 제가 미술 대학 가는 것을 원치 않으셨지만 대학에 입학 한 후로는 일제 화구나 화집을 원없이 사주셨습니다)


어머니, 그집 의 유리문을 열고, 그 약간 수줍어 하시며  서점 주인에게,

대법륜 이번호  도착 했나요? 하고 물으십니다.

월간 일본의 불교잡지입니다. 어머니의 불교 공부는 거의 그 책으로 다 하셨을 겁니다.

전에는 주부의 벗 같은 여성 잡지도  사 보셨지만 만년에는 대부분 불교에 관한 책이나, 월간지만 구입 하셨고,

이제 그 외에는 아무것도 흥미가 없다 하셨습니다.


항상, 색연필 파랑과 빨강이 양쪽으로 붙은 , 을 깍아서 줄치면서 읽으셨습니다.

치매에 걸려 집안에서만 지낼때도 양 옆에는, , 온갖 축원이 가득한 난필의 메모장과 낡은 대법륜책을 옆에 두고,

읽으시는지 마는지, 늘 쓰다듬고 계셨습니다.

언젠가 오빠가, 어찌어찌해서 대법륜 신판 몇 권을 을 구해 오셨는데,

특유의 감격으로 , 늙은 아들에게 고맙습니다 라며 머리를 조아리고,

빨강과 파랑 색의 줄긋기에 여념이 없으셨습니다..


그 색연필을 내가 이어받아 쓰다가, 닳아 없어져 버릴 까봐 잘 보관해 두었는데 , 어디 두었는지, 찾지 못합니다.

언제가 불쑥 나타나겠지요,

나는 어떤 책을 누워,, 쇠약해 진 뒤에도 머리맡에 두고 있을 른지...

어머니의 반도, 독서열를 못 따라 갑니다.

책을 손 놓은 지 한참입니다.




연꽃은  나의 어머니의 다른 이름입니다.

부쩍 어머니가 그립고 생각이 납니다.

아마, 근래에, 잠깐 다녀가신게 아닌가... 그런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