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어머니의 원고

torana3 2018. 9. 14. 08:33

이 원고 뭉치를 언제 나에게 주셨던가. 

기가 막히게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더 이상 남에게 보여 주는 글을 쓰지 않게 되면서, 

마치 다른 어머니들이, 반지나 귀금속을 물려 주시는 것 처럼, 이백자 원고지에 ,

난필이며, 약자로 도저히 알아 볼 수도 없는 한문이 거의 반인 이 원고를,

아 더 이상 무슨 글씨냐고 물어 볼 수도 없는데...

,

대부분은 여백에 .

." 엄마-저를 그렇게 지칭하셨습니다-는 다 아는 常識 이되겠지만  大法輪 읽다가 하도 좋아 번역해서 보내오 ,

 患者治療에, 修行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 새안경 사쓰고 마수로 이 글 씀). 엄마 合掌"

이라든지

" 이 부적(神呪) 아빠 - 제 남편- 車 앞에 좋은 곳에 부처護身 祈願 하세요. 경명주사로 쓴 부적이오"

라고 점까지 찍어 가며 강조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떤 느낌으로 어머니의 편지를 받아 보았던가,

넘치게 베푸는 다른 모든 것처럼, 언제까지고, 존재 할 것 처럼,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 내용조차 가물 거리게 어머니의 기도를 흘려버렸습니다.

그러나 다행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주책맞게 , 전화하고, 감상적인 문자를 수시로 날려도,

제가 그랬던 것 처럼, 그리 마음에 담아 두지 않고 의례히 그러려니 무심 하리라 생각하니,

그렇게 애쓰고 절제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은퇴후의 쓰신 원고라  대부분 불교에 관한 글들입니다.

어머니는 부처님 말씀 아니면  다른 어떤 것도 이제는 흥미가 없다 하셨습니다.

늘 환희심이라 하셨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서서히, 평생의 고뇌와 업을 벗겨 내고 계셨던 걸까, 그리고 무엇이 남아 있었던 걸까 

필사를 해보려고 합니다.  가능한한 한자도 빼놓지 않고.




" 불생(不生) 이야기 셋 "         


1. 그제 추분(秋分)을 지나고 보니 일출이 알게 늦다. 새벽 예불(禮佛) 마치고 산사( 山寺)에 오르려, 밖에 나서니 많이 어둡다.

남편 타계하시고는 단독행(單獨行)이다. 동네 거리를 한참 빠져나와 기린봉(麒麟峰) 자락 까지 당도해도 어둑컴컴하다.

벽송암(碧松庵)거쳐, 잔월(殘月), 별빛 흐르는 등산길을 오른다. 山허리 왼쪽으로 감고 돌면 옴막한 샘터에 이른다.

이곳을 전주무속(全州 巫俗)에서는 공양천( 供養天)으로 기도자가 끊기지 않는다. 새벽 별빛을 이고 검은 숲 속에 우뚝 산왕님(기린봉)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방향을 돌리니 넓게 펼쳐진 들녁 그리고 무한허공( 無限 虛空)이 거룩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 자 우리 모두 합장하고 염불하는거다."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 아금문격득수지 원해여래진실의-

산왕님과 검은 숲들의 합창이다. 바람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법열경(法悅境)같은 종교적 조와감에 젖는다,

이 소박한 원시감(元始感), 그 자연의 원질(原質)에 뛰어들어 이것이 영겁인 양 전위적 인상( 前衛的  印象)마져 느껴진다.

그렇다! 진실이란 그 원점이 이런곳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해 가을 무렵인가봅니다. 1988년 어머니 66세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뿌려 놓은 그 꽃 길을 따라...가보렵니다. 두렵지 않으며, 슬프지 않으며, 아파하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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