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봄을 기다리며

torana3 2018. 2. 19. 08:45

오랜만의 연휴 끝, 월요일입니다.

 이렇게 나이 들고도,  첫 날의 일 시작하는데는 여간 힘들지가 않습니다.

학교다니는 아이처럼, 어떻게 출근 안 할 방도가 없나 궁리 하기도 합니다.


아침. 우선 뜨거운 차 하나 만들어 놓고, 치매가 심한  첫 입원한 할아버지 안부를 확인합니다.

안정이 되셨답니다. 일단 안심합니다.

인지능력이 떨어져 전후 상황 판단이 안 되는 경우 , 낯선 환경은 공포를 일으킵니다.

집에 돌아 가기 위해 옷을 찾거나,  습관처럼, 지갑을 챙기느라 다른 환자 분들을 건드리고 다니기 때문에,

병실 전체가 혼란 스러워 지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 까지 수습해야 하므로 일은 배로 많아지니,

당직하시는 분들 고생이 많으셨을 겁니다.

이전 만큼은 모든게 다 나의 책임인듯 하여, 시시콜콜 지시 하고 중간중간 확인 하고,

내내 못 믿어워 휴일에도 출근 하는 그런 조바심은 안합니다만( 실은 대개 다 알아서 , 또는 각자의 방식으로 일처리를 합니다)

중환이나 문제 행동이 심한 환자가 있는 경우는 맘이 편치 않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만족 감은 잠시, 신경 곤두설 일이 더 많습니다.

특히 환자를 다루는 일은 실수나 나태함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게다가 사회는 우호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비교적 원만한 성격이라도   갈등을 피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어떻게 그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가,


아들러의 권력의지나, 에릭슨의 발달 이론에 따른 단계적 의무라고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그런 시대에 태어나고 성장 했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시대적  혜택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생존 본능이라는 무의식의 역동이  이 모든 일들에 강렬한 의지를 부여했습니다.

부당함, 부조리, 불의가 판을 쳐도, 실은 세상만사가 그런 것이라는 합리화로 눈을 감은 일도 많습니다.

기회주의, 처세, 물질 만능이 힘을 행사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것이, 우리는 소심해서 못 할 뿐, 때로는 능력자로 평가하기도 헀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시대를 살아온 , 한 인간의 유형일 뿐입니다.

그렇게 사는 방식이, 인간의 본연이며. 당연한 것, 아닙니다.

뉴스의 헤드라인이, 젊은이들의 고통이 기득권층에서 잘 못 만들어 놓은 사회구조 탓이라는 말.

조직에 적응 못하고, 힘든 일을 피하는  젊은이들의 나약함을 꾸짖는 기사들이 , 뜹니다.


모두 우리시대의 언어입니다.

신세대는 신인류를 만들 겁니다. 우리는 더이상 그들에게 우리의 방식을 보여 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넘겨주고  물러나면 됩니다. 가만히 있는 그대로 ' 바라보고' '기다리면 됩니다."

 그 방식이 기이해도 그들의 생존본능이 발현하는 중이라고 인정해야만 합니다. 


쉬는 동안  내내, 은퇴, 귀향, 소소한 작은 삶에 대한 다큐 필름을 찾아 TV 채널을 돌립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pros & cons 를 집어가면서 꿈을 꾸어 봅니다.

그러다가,  이번주는 영상 아래로 내려가는 날은 없데... 하면서 변함없이 출근길을 챙깁니다.

 

 






'Psychiatr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의 정신세계  (0) 2018.03.27
AI 를 대하는 인간의 죄의식  (0) 2018.03.23
me! too  (0) 2018.02.01
할 수 있는 일을 오직 할 뿐  (0) 2018.01.30
어떻게 살것인가  (0) 2018.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