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할 수 있는 일을 오직 할 뿐

torana3 2018. 1. 30. 08:31

강 추위가 열흘째입니다.

새벽 출근길에 몸에 얼음이 어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피부가 점점 더 나빠집니다.

두드러기와 가려움 증으로 잠이 들기가 어렵습니다.

갖은 처방에도 잠시 좋아지는 듯 하나, 한 이틀 지나면, 다시 전신에 발진이 솟아, 난감합니다.

제 피부과 주치의에게,

" 피부과도  정신과 처럼, 답답한  분야군요!" 토로하니

동감하며 씁쓸하게 웃으십니다.


병이 사라지는 것. 환자 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절실한 바람입니다. 

그러나, 30년 넘게 의사 생활을 하면서 후회되는 일은 병을 고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아픈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만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어떤분이 , 샤워 할 때 수돗물조차도 정제하며 사용하는 것을 두고 강박증이니, 건강염려니...

함부로 예단하며, 귀 기울여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 벌 받는거야... 혼잣말...

특히 마음의 병은 눈으로 보이거나, 데이터로 측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환자의 말에 의지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끝도없는 호소가 , 병을 없애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젊은 의사를 좌절 시키고,

증상의 강도를  평가절하 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참기 어렵습니다.


아프다고 말하면, 정말로 아픈겁니다... 네 네...


어제, 세미나에서 정신종양학( Psycho -Oncology)를 하는 분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암에 걸린 환자에, 정신 과적 도움을 주는  자문 의학입니다.( consultation liasion psychiatry)

여러가지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 문제 들 중에 , 영혼( spiritual) 의 문제를 듭니다.

신앙 뿐 아니라, 삶의 의미라든가, 이런 일들이 갑자기 와해되어 버리는 경험을 말합니다.


우리 구세대는 낭만을 꿈꿉니다.

" 암은 그래도, 여명의 기간을 예측 할 수 있어, 충분히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하고 가족들과 작별할 시간을 얻는 점에서, 다른 병에 비해

축복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몇년전에  가족을 암으로 잃고 의연히 이별을 해낸 선배님의 말씀입니다.

젊은 연자는 , 명쾌하게 환상을 깨버립니다.

" 인간이 그리 성숙하지도, 영적이지도 않습니다.. 대부분은 극심한 고통앞에서  견디지 못해요"

이런 한계적 상황에서 도움을 주어야 하는 정신과의사의 태도에 대한 자신의 팁을 일러 줍니다.

직면 시키기 (Coping) 입니다. 어떻게 통증을 다룰 것인가 등 눈앞에 닥친 소소한 문제에 집중하여 해결 하게 하는 것.

이랍니다.

그리고 의사가 겪는  막중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는가 하는  선배들의 위로의 질문을 받습니다.

일단 한계를 정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그리고 요가, 명상, 마음 챙김 등도 해봤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치고 도망가려 해도,   ' 해야만 할 일' 은 우리를 옭아 매고 봐 주지를 않습니다.

그저 할  뿐  입니다.


아, 엄청나게 춥습니다. 날이 풀리면 좋겠습니다.

 





주 중 내내 저는 이 액자를 생각합니다. 다음은 어떤 작업을 더 할 수 있을 까, 대부분은 구상 대로 되지 않습니다.

작업 직전의 자동기술적(automatism) 표현을 기다립니다. 홈스판 천조각의 올을 풀어서 테두리를 장식 해봅니다.

잊혀짐... 망각...덮어버림...화석화 (fossilization) ...


이 작 품의 endpoint는 무엇일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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