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일 정신과의사의 독백

torana3 2018. 1. 16. 08:22

- 어쩌다 인간심리에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직업을 갖게 된 민씨가 요즈음, 회의를 느끼고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전, 순발력이 느립니다. 질문에 답을 할 때는 초반에 대개는 버벅 댑니다.

아마 어떤 계기로 정신과의사가 되었느냐는 질문 같습니다.


돌이켜 보건데, 인간심리에 관심있다는 것을 의식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어쩌다,  어린자식이 경제적으로 독립 하지 못할 까, 걱정하시던 어머니가,( 집안에 의대를 보낸 형제 사촌들이 있다보니)

확실한 직업으로 떠오른 것이 의사 셨는지.. 강하게 밀어부치셨습니다.

성적이 들쑥  날쑥 하다가 고3 막판에 겨우 안정 권에 들어 입학이 가능 했습니다만, 요즈음 처럼 경쟁이 심하다면 어림 없는 일이었을겁니다.

물론 엄청난 암기와 요약과 비교분석 실용적 적용 이 필요한 의학의 커리큐럼을 감당하기는 벅차,

한두과목 들이 파서 A를 받았대도 대부분의 과목에서 과락점수를 받고 유급 위기를 몇차례 넘기고 그만두는 게 나을까  하던 중...


국립 정신병원에서 실습하던 본과 4학년 때입니다.

그때 김유광 선생님께서 싸이코드라마를 도입해 열성적으로 하시던 중이었는데,

강의실에서는 늘  맨 뒤에서 맴돌던 제가  맨 앞자리에서, 열심, 열심, 보고있는 것을 선생님께서 발견하시고 무대 위로 올리셨습니다.

(학생연극을 오래 연출 하신 어머니 덕에 ,어린시절부터 연극광이었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소극장 연극은 다 섭렵 하던 중이었습니다.)  

소심한 제가 그때는 무슨 용기가 났던지...잠시 그 드라마에 참여했던 것이,, 아마 최초의 정신의학의 관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공의 지원하고 면접 할 때 , 은사님께,  " 정신과 의사를 하겠다면, 저에게는 참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그 말이 결정적이지는 않았겠지만,  아무튼, 다행히, 수락을 하셨고,나만의 특별한 아이디어로 환자를 보는 일이 지루 하지는 않았습니다.


30여년 동안 인연을 맺었던 그 분 들이, 마치 하나하나 스포트 라이트안에 들어 선 것 처럼 제 기억에 선명합니다.

깊은 정신의 무의식들- 혼란스럽고 뒤엉킨, 정글을 헤메거나, 어둡고 더듬거려 , 겨우 밝아 지는 시야에서 감지되는 동굴 안 모습처럼,

그분들은 정신의 세계를 보여 주었습니다.그 분 들이 삶이 저에게는 모험이었고, 끊임없이 도전의 의지를 갖게 해주셨습니다.

제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험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개인 적 삶, 사회나 가족의 엄청난 불행이며, 비극적 사건도 목도하고,  겪었습니다.

사회와 타협하는 일, 정말 소질도 없고 하기도 싫은 , 다툼과 갈등에도 맞서야 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신이 그렇게 명하니, 육체가 소진되고 마치 칼로 자르듯, 그 일을 그만 두어 버렸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사느라고 놓쳐버린  중요한 일들 , 편도片道되어버린 정신의 방향성을 되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갖는 정서와 행동을 처음 배우는 것 처럼 부자연 스럽기만 합니다.

우선, 힘을 빼야 합니다. 결과를 연연 해서는 안됩니다... 하루 한순간의 느낌,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행동, 미련과 실수를 놓아버림.

자신과 타인에 관대하며 그들과 즐거울 것...그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을 잘 대해주어야 한다고 정신과 육체가 계속해서 경고를 하네요







책 만들기의 작품 사진 촬영이 끝났다고 샘플 몇개를 보내 주셨습니다.

작품이 낡고 헤어져서 원래 사진이 낫지 않겠냐고 징징 거렸는데 , 이렇게 멋지게 완성 해 주십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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