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배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은, 늘 같은 패턴입니다.
열심히 살았던 어느 한 시대에 대한 향수로 공감이 가능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저보다 윗세대이십니다만, 선배이고, 학문 뿐아니라, 분위기와 감성조차 같이 전수 받았기 때문에
그분들의 무용담이 그리 낯설지 않으면서, 피츠제랄드나 헤밍웨이를 같은 club에서 조유하는
미드나잇 인 파리스의 주인공과 같은 즐거움 일수도 있습니다.
한때는 정신과 의사들이 기인 취급 받던 시절이 있었으며 일부로 그러한 일탈 흉내를 내기도, 했습니다.
또는 정신질환의 원인이 지나치게 머리가 좋거나,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 또는 극히 선하여
풍진세파를 견디지 못 할 정도로 여리다던가 와 같은 전설적인 병인을 들었던 적도 있었던 시대입니다.
마땅한 학문적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만큼, 프로이드의 초기 이론과 , 비엔나의 수요모임 멤버들과
함께 이후 자아 심리학, 안나 프로이드와 대상관계의 멜라니 클라인, 라깡 , 오토 컨버그와 코흐트 까지
100여년의 시차가 나는 이론들을 한꺼번에 응용하거나,
5-60년대의 정신분석이론이 응용된 영화와 소설 게다가 그 즈음의 드라마 조차도 우리의 텍스트 였으며
응급실 환자 때문에 뛰어다니다 당직실에서 지쳐 누더기 처럼 던져져 잠시 눈부치는 다른 동료들에게,
일종의 뜬구름 잡는 허튼소리들로 그러면서도 고민의 깊이는 생명을 다루는 그들보다 심각한 티,
별종취급을 받으면서 제 수련기간 까지도 그 비슷한 도제 생활이었습니다.
삶의 반을 정신과 의사로 지냈습니다.
인생의 대부분이 그러한 것 처럼, 매 순간을 의지와 이성으로 판단하고 행동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니 거의 별 생각없이, 내 기분에 따라, 수많은 실수, 무심함, 합리화, 또는 모르는 체...
후회와 미안함 조차도 무뎌지는 그런날이 늘어갑니다.
다행히 오랜 세월의 경험 덕분으로 , 크게 의식하지 않고도 비교적 적절한 전문적 professional 행위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부주의한, 어이없는 실수도 흘리고, 그리고 그 이상의 노력은 그만두는 나태함도 있습니다.
만나게 되는 사람은, 늘 새로운 문제를 들고 오는데도 불구하고 이전의 다른 케이스들의 치료 방식과 예후를
대입시켜버립니다.
나는 그들에게 치료적 도움을 주었다고만 말할 수 있을 까
얼마나 많은 반대의 급부를 그들로 부터 받았는가, 삶의 깊이, 의미, 다양성, 그리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병동의 복도에서 그녀가 아무 표정없이, 스쳐 지나갑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어 보이지만, 대부분, 아주 얼크러져 있는 혼동이거나 공허함 일뿐입니다)
문득, 그녀와 나의 인생이 바뀌어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럴 수도...
가운을 입고 있는 내 자신이 대단히 생경스럽게 느껴지던 한 순간이었습니다.
눈물과 희망 시간 발전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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