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배호

torana3 2013. 3. 22. 11:23

 

 색연필 검정색 물감, 작은 스케치북,

 

현대의 정신과 영역에서는 신경계의 기질적 요인으로 발병의 원인과 진행을 기술하지만,

옛날의 사고 방식으로 , 한이 사무쳐 병이 되었을 ,그렇게 짐작이 가는 그런분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O氏

그 연세에 보기 드문 여장부 타입 체격이 크십니다. 여학교때는  구기종목의 선수생활도 하셨답니다.

꼭 스스로 돈을 벌어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 보겠다고,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여류조종사를 선망하여

그 길을 가보고 싶었지만, 엄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그래도 우선 운전이라도 해보면

길이 열리지 않을 까 그런 심정으로 , 여자로서는 생소한 버스기사를 시작하였고, 돈도 많이 버셨답니다.

그러다 회사에서 지금의 남편분을 만나셨는데, 끈질기게 구애하여 (본인보다는 집안 어른들이 마음에 들어해서)

결혼 하셨고, 좀 고되게 시집살이, 신혼을 보내셨답니다.( 그저 일반적인 그시대의 상황일수도 있으나,

꿈이 많고 자아가 강한 그녀에게는 만사 불만과 부당함으로 느껴질 수도... )

첫아이를 나아서 잃었고, 그러 그러한 슬픔 때문에 정신을 놓아서, 몇차례 병원치료를 받았으며,

그 와중, 남편되시는 분이 사고를 내셔서, 이후 10여년간 혼자힘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두 아들을 키워 놓으셨답니다.

나이들어 직장에 밀려 나면서, 젊어서의 회한,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다시 재발 5-6년 입퇴원을 반복하십니다.

남편 되시는 분이 언젠가, 자신의 잘못이 아내를 그리 만들었다고, 제게 고해라도 하시는듯, 용기를 내어  

울면서 깊은 사연들을 길게 말하셨고 그 이후는 조금 밝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여전히 지극한 뒷바라지를 하십니다.

노쇠하여 불편한 몸으로 면회를 오셔서   묵묵히 아내의 분노를 받아 주시며 " 저는 행복해요.. 언젠가는 좋아 지겠지요"

조금만 좋아지는 기색이 보이면,  힘드실텐데,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쌍하다며 집으로 데려가십니다.

 어머니 보다 훨씬 큰 잘생긴 아들들이 번갈아 꽃다발도 가져오고 어깨를 감싸며 어머니를 위로 하셔서,

 

이제는 맑은 정신만 유지 하면 누구도 부럽지 않을 행복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

젊어 괴로웠던 그 때의 일들을 다시 겪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지금 아들이 왔는데밖에 와있는데, 소리를 들었는데,

퇴원 시켜 주실거죠.. 안오셨어요 오시면 연락 드릴게요, .. 표정이 금새 바뀌며  그러시는 것 아니죠, 토라지십니다.

 

그녀는 노래도 잘합니다.

언제 그렇게 노래를 많이 배우셨냐니까, 운전하면서 늘 들었지요, 평생 시간내어 자신의 도락에 쓰신 일이 없습니다.

조금 기분이 좋아 보일 때, 그 두툼한 손을 잡고 ,  우리가 청하면

기꺼이 맑고 부드러운 저음으로 배호의 안개속으로 가버린 사랑을 부르실 때는 ,

우리는 조금 눈물이  납니다.

 

 

 자신의 한을 음색에 그대로 담아 내어, 듣는이에 그토록 감동이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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