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K. story

torana3 2013. 3. 15. 15:12

대학 다닐 때, 언젠가, 세계적인 석학의 강연이 있으니,

 평생 들어 볼 수 없을 기회니,  그래서 안들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절박한 심정과 기대로 몰려들 갔었는데,

지금은 참석했던 그 강의의 연자가 누구였는지, 내용이 무엇이 었는지,, 전혀 기억에 없습니다.

 

 입원상담을 하려고 방문하는 신환의 보호자 면담에서, 의례히 습관처럼

발병의 유발인자를 묻습니다. 초기에 무슨일이 있었는가...

묻기도 전에 먼저, 그애가 이러저러한 충격, 쇼크를 받아서, 놀래서.라고 말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병인의 생물학적 요인이 많이 밝혀져 있기 때문에 별 소용없는 질문이기는 하지만,

저는 그래도 묻는 이유가, 가족들이  그때 잘했을걸, 그일만 아니면, 마음에 恨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감정이 별 도움이 안됩니다. , 가족간의 쓸모없는 갈등을 그만 내려놓기를,

병을 객관적으로보고 건강한 도움을 환자에게 주려면 남은 식구들이 편안해야 합니다, 그런 당부들을 덧붙입니다.

 

K. 40을 중반이나 넘긴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이처럼 앳됩니다.

한 밤 눈을 뜨면 마치 악몽이라도 꾼 것 처럼, 방에서 튀어나와 밤 번 간호사에게 말을 붙이고 요구하고, 그러다 다시 들어 갑니다.

상대방이 조금 성가셔 하는 기색이 있으면 집요하게 더 심정을 건들고, 육아의 경험이 없는 젊은 직원들은, 화를 누르느라 애를 써야 합니다.

일종의 반복강박 (Repetitive compulsion)입니다.

엄마가 화를 내는지, 화를 내는 그 상황 (Trauma)를 재현하는, 반복해서 확인하고 테스트를 하는 일이지만, 대개는 그 감정에 말려 들어가고 맙니다.

역시 엄마는 화가 나있구나, 나를 미워 하는 구나, 나를 버리려는 구나,

아니면 자꾸 화를 내는 어머니( caregiver)의 존재를 확인 함으로서 안심하는 인간의 부조리한 마음의 한 형태입니다.

 

어린시절, 좀 느리고 내성적이며 자폐적 성향이 있지 않았나 짐작합니다.

공부 보다는  온갖 팝송을 늘 듣는 것으로 그녀의 사춘기를 보내고

당시에 유행하던 웬만한 곡들은 가사를 영어로 외우고 정확하게 곡을 기억 합니다. (음치인 제게는 기적처럼 보입니다.)

분명하고 엄격한 어머니에게는 참 답답하고 걱정 스러운 아이였을 겁니다.

K의 어머니는 음악을 하시는 분이고, 좀 비판적이며, 냉정해 보이기도 합니다.

K는 어머니를 만나기전에 극도로 흥분 합니다,  면회 시간 까지 기다리지 못해서 안절부절하고 분명히 걸르고 기다리라 말해도

밥을 먹어버려 외식할 기회를 놓칩니다.그러나 면회후에는 어머니가 가져온, 변비에 좋다는 약에 집착하고, 다음 면회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병동에 불만이나 항의도 잦은 편이어서, 우리는 어머니를 설득하고 해명하는 일이 더 힘들 때도 많았지만,

언제부터인가는 많이 부드러워 지셔서 웬만한 일에는 납득하고  넘어가 주시며 노고를 알아 주시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아프십니다. 어쩌면 더는 어머니 역활을 못하게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K는 아직 상황을 모르고 ,그냥 여기서 죽겠다, 수녀원에 가겠다고,말하면서도, 어쩌면 이번에 외박 후에는 퇴원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어머니와 같이 사는 것에 대한, 불안한 양가감정을 보입니다.

 

이 모녀가 새롭게 닥친 난관앞에서 어떻게 겪어내게 될른지 , 우리는 모두 마음이 좀 아픕니다.

 

마치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날들의 여러사건들이 모여서

어느날 갑자기 눈에 띄는 한 사건으로 표출되고 그후 단 한방의 기가막힌 방법으로 그일이 해결되는것도 아니며,

긴 시간, 때가 무르 익을 때, 몇 번의 좌절과 낙심을 견딘 후에라야, 그 일이 별일이 아닌것 처럼 담담해지는 것이 삶의 여정인것 같습니다.

 

정확한 어느 싯점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일은 의미가 없을겁니다.

                                                           살면서 스쳐간 인연이 별처럼 많습니다.

                                                         또 늘어가는 사연들...

                                                                               액자에 넣어 보기도 합니다.

                                                                          까치가 나무 끝에 앉아 있는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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