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하고, 예과 때, 우리는 바야흐로, 문화와 교양을 익혀야 할, 각오와 기대가 넘치는 시기였습니다.
교실 마룻 바닥에서 침낭을 깔고, 밤새, 합숙하며 입시공부를 하던 - 소위 지역에서는 명문여고라-
틈틈이, 몰래 극장 출입하고, 드라마도 이어보던지, 친구들에게 다음 줄거리를 묻기도 했지만,
겨우 윤리 교과서나, 국어 책에 나오는 문학이나, 철학의 맛보기로는 허기가 심각했던지라
게다가, 고향을 떠나 서울로의 유학은 여러면으로, 급히 어른 처럼 심각해져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물론, 막 유행하던 디스코 열풍, Saturday Night Fever의 존 트라볼타, 아바,
바로 전 해에 처음 개최된 대학 가요제, 최인호의 고래사냥, 좀 흥청거리기도 했던것은
, 유신의 말기 정치 상황이 태풍의 전야 처럼, 젊은이들의 진지함, 사회의식을 음지로 눌러 몰아 넣어
허무와 낭만 쾌락으로 음울함을 털어버리게 하는 시도가 먹혀 들어 가는 것 처럼 보이던 시기입니다.
우리는, 타임이나, 뉴스위크 매거진을 둘둘말아 들고 다니거나, 그리고, 이 책,
당시 아마 가장 많이 끼고 다니던 책이, 에리히 프롬의 소유나, 삶이냐, 사랑의 기술등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사랑의 문제는 아주 절실 했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 하는 것인가, 주고 받음. 상처를 받지도 주지고 않으려면...
그 나이 부터 지금 껏, 겪어내야 할 사랑의 형태에 따라, 한번씩 다시 리뷰 해보던 책입니다.
사람은 타인에 이입시켜서 자기를 실현 하려 합니다. 말이나, 행동이나 상황을 조작하여, 상대 안에 내가 존재 하는지를 확인하고
그 반응을 보면서,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만족 합니다. 그래서
내 욕망을 원할히 작동 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를 소유하는 것이고, 이런 목적으로 온갖 수단을 동원 합니다.
사랑하는 일은, 나의 욕망을 거두어 들이고 그를 순수하게 존재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로,
어떠한 이성으로도, 삶의 경험으로도...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
내가 그안에 들어 갈 수 없을 때, 그의 안에 내가 없다고 느껴질때, 상실의 고통을 겪고, 슬퍼하거나, 원망하고 분노합니다..
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에 대한 마음이 아주 크고 강렬하다 해서, 사랑을 당연히 주고,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보다 더 허용 될 수 있는 사랑이란, 내 욕망이 작동하지 않는 타인에게 베푸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훈련이 필요 하겠지요.
그런데, 그런데, 오류든 실패든 일단은 힘든 사랑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추, 지난 주 퇴근하는데, 버스에 등산을 다녀오던 중년의 남자 분들이 왁작지껄 올라 탑니다.
차창밖의 구름을 보면서 한 분이, oo야 저 구름 좀 봐, 새털 구름이냐, 하니 친구가 맞받아 개털 구름 이다! 합니다.. 참 오지게도 맑은 날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