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말 이른 아침, 서울고속터미널

torana3 2012. 7. 16. 08:43

당직이라 출근 합니다.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리 바쁘지 않기도 하고, 주말 아침, 트래픽이 없으니, 지상의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고속 터미널 앞에서, 환승하느라 잠시 내립니다. 그냥, 버릇 처럼, 급하게 횡단보도 건너고, 그러다가..

아, 한 여인.

어두운 레드의 장미 꽃 무늬 원피스에 키가 커보이는데도, 높은 구두를 신었습니다.

화장이 반은 지워진, 얼굴이 피로해 보이고, 공허합니다.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는데,

처음에는 가득찬, 여러 송이로 풍성 하였을, 지금은, 말라, 퇴색하고, 반은 상해 버렸고, 그래서 가운데 부분이 텅 비어있습니다.

왜, 말라 시들어 버린 꽃 바구니를 버리지 않고 가져 가는 것일까,,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었는데, 그 강렬한 잔상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녀의 연극은 끝났습니다. 조명도 꺼지고, 취했던 관계도, 연애도, 지나가고 그녀는 그저 자야만 할 것 같습니다.

 

아주 작은 청년이 그의 두배는 커 보일, 다른 청년과 웃으며 장난치며 지나 갑니다.

수없이 받아 봤을 타인의 시선이 그에게는 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표정이 해 맑습니다. 둘 다 백팩을 메고, 오늘, 오랜만에 상경하여,,, 아마 좋은 일이 있나봅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일이라면 성사되고, 하고 있는 일의 일부라면, 더 발전적 기회가 되었기를 ...

 

 앞에 서 계시던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심한 욕설을 퍼붓습니다.

깜작 놀라 뒤돌아 보니 아저씨 한분이 허겁지겁 다가 옵니다.

서울에 친척의 잔치라도 있어 일찍 서둘러 올라 오셨다, 복잡한 길에서  잠시  서로 헤어지셨던 모양입니다.

아저씨가 우물우물 변명을 하시고, 아주머니는 줄곧, 무어라 지청구를 하십니다. 

하루종일 갈 것 같습니다. 친척들 다 모이신 자리에서, 아저씨는  또 한바탕, 한심해 지셔야 할 것 같고...

 

종달새 처럼, 밝고 맑은,재잘거림,  .

음료수 박스에, 짐들을 하나씩 매고, 상큼하고 예쁜 젊은애들이  어디 MT라도 가는 모양입니다

그저 한바탕의 놀이 일 수도, 평 생 못잊을 추억을 만들 수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버스에 올라 탔습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점点 보기  (0) 2012.07.24
하이네   (0) 2012.07.19
어린 왕자는 왜 떠났을까  (0) 2012.07.13
숫자  (0) 2012.07.11
비오는 날  (0) 2012.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