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많은 가족의 막내이다 보니, 이러저런 직업군에대한 간접 체험을 하고 자란 것은 잇점도 있지만,
저처럼 소심한 아이에게는 이도 저도 너무 어려운 일이라 하고 싶지 않다.. 라는 위축감을 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의사, 화가, 건축가,교사, 수의사... 등이 저의 형제들 직업군입니다.
건축을 전공하신 세째오빠가, 대학을 졸업하고, 입대 전에, 잠시 고향에서 학원 강사를 하셨는데,
그 원장의 소청으로, 학원 신축 건물 의 조감도를 그리셨습니다. 지금이야 컴퓨터라이즈 되어 있겠지만,
당시, 벽의 무늬까지도 세필로 섬세하게 그려 내는 것을 보고, 저것도 내게는 어려운일. 했었습니다.
다양한 방면에 관심도 많으시고 해박하신데다, 늘 형제들에게, 건축, 그림, 환경문제, 대한 열변을 하셔서
귀동냥, 들어둔게, 지나가다가도, 예쁜 집들, 주변과의 조화를 간혹 눈여겨 보기도 합니다.
요즘 제가 근무하는 직장이 있는 산동네에 건축 바람이 불었습니다.
도심에서 근거리 인데다, 제한구역에서 해제가 되었답니다. 세단에 실려온 집주인, 업자들
길가에 삼삼오오 궁리들 하는 모습이 빈번하더니, 동네가 한꺼번에 아주 부산 해졌습니다.
1. 화관을 머리에 인 봄의 정령처럼, 우아하고 신비롭던 벗나무 고목이 잘려 나갔습니다. 흑.
2. 오르막길 옆 작은 시내가
-동쪽방향이라 아침이면, 햇빛에 반짝거려, 각도를 잘 맞추어 찍으면 , 설악의 어디쯤 심심유곡처럼 보이던-
무지막지하게 밀어 내져( 물길을 저리 막으면, 위법 아닌가, 우리가 아아, 하고 안타까워 했지만 법은 그리 세심하지 않나봅니다)
허연 슬레트 집하나가 덩그러니 독불장군처럼 들어 서버렸습니다. 흑흑.
3.설계와 예산 까지 다 결정되버린 후에 시공 하려는 순간, 땅밑에 큰 암반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두 달 내내,
그 바위를 쪼개 버리는 작업 만 합니다. 수천년, 지하에서, 잠자던 그 혼이 산산조각이 나서 드러내집니다. 아아,
고목나무를, 계곡과 바위를 살리면서, 집을 지을 수는 없었을 까,
하기야, 도심에서 맨날 일어 나는 일일 텐데요, 이도저도 아니면서, 경계에 엉거주춤, 비효율, 비경제적인 사고의 소유자인 제가 문제 일 수도 있습니다.
산 아래 있는 흙으로 지은 초가집. 시내에서 장사를 하다가 고향에 들어와 손수 집 짓고, 텃밭 일구어 식당을 운영하시는 주인이,
취미 삼아 만든 목각작품, 수집한 옛날 생활 용품들로 장식 하고 7080 옛날 가요를 틀어줍니다.
실은, 이 개발 바람에 주인의 소신이 언제든 꺽여 헐어 버리지 않을 까.. 사직 찍어 둡니다.
버스로 출근 하는 날은 꼭 한번씩 눈길을 주는 성당건물입니다. 김수근 님의 작품이라 들었습니다.
낙수장.落水莊 FALLING WATER, 물이 떨어지는 계곡위에 지은. 오빠의 책에서 어릴 때 훔쳐 본 기억이 있습니다.
자연은 웬만 하면 봐줄겁니다. 자신을 좀 훼손 했다 하더라도, 다시 그 생명력으로, 인간의 건축물을 감싸 줄 테지만,
지나친 욕심으로 망가 뜨려버린다면... 그도 돌아서버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