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torana3 2012. 6. 18. 08:59

1. 나비야 나비야 청산가자

가다가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서나 자고가자

꽃에서 푸대접 하거든

잎에서나 쉬고가자

 

2.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장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장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3.    두더지의 앞발

                     김명수

낙화생 밭을 갈아 엎다가

두더지 한마리를 보았어요

 

어두운 땅 밑에 사는 놈 같지 않게

두꺼운 지방질로 살이 통통했어요

 

필요 없는 것은 스스로 퇴화 시킨 흔적

작은 눈이 선량하고 재미있었어요

 

낙화생 빝을 갈아 엎다가

더욱 놀란 것은 앞발이었어요

아주 억세고 커다랬어요

 

몸에 비해 어울리지 않게 발달해 있었어요

 

그건 어두운 땅 밑에 살아남기위해

그건 어두운 땅밑을 헤쳐나가기 위해

 

저절로 그렇게 되었으려니 생각했어요

아주 커다랗고 쓸쓸해 보였어요

 

 

 어린아이때 어머니가 불러 주신 노래 입니다. 지금 검색해보니,어려운 말을 빼고, 개사 하셔서, 임의로 운율을 만드셨네요,

자장가 삼아  얼르시는 노래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나비따라 청산에 가는, 푸대접 당하고 잎에서, 쉬고 있는 나비 곁에 앉아 있는 나를 보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는 시를 노트에 적고 외우기를, 친한 친구들과 놀이 삼아 했습니다. 시인이던 국어 선생님은, 가르치다 말고, 북받혀 우시기도 해서

그의 시는 기억에 없지만, 시인은 그런가 보다 하기도 했습니다.  신석정 시인의 집이 한 동네에 있었습니다. 두보를 흉내내어,집 앞에 버드나무를 심어놓은 그집입니다.

다가공원에는 가람 이병기 님의 시비가 있습니다. 시는 그렇게 관조적이며, 서럽고 아름다워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고르고 고른 정갈한 상징으로 다듬어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스무살 넘어, 대학에 들어 가면서, 김수영  시인의, 시여 침을 뱉어라, 마음 속 깊이의 울분을, 좌절을, 못견디게 추함과 비굴함을 토해내는 그런 시들을, 들춰가며 한숨을 쉬던, 그런 시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꼭 의도 한바는 아닌데, 한 때는  저절로 나와 주어서, 시 비슷한 것들을 적어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말라버린 우물 바닥 처럼, 먼지만 날리고, 잊어 버린지 오래 입니다. 그러나 좋은 시를 발견 하는 것은 기쁩니다. 말도 안되는것을 보도 랍시고, 목청 껏 외쳐대는 주요신문들을 그래도 들여다 보는 것은, 정말 좋은 시들을 소개해 주는 필진들 때문입니다. 공부도 했습니다.시를 시로 성립시키는 핵심부위를 자안字眼이라 한답니다. " 저절로... 쓸쓸해 보였어요" 같은 연. " 죽어도 아니눈물 흘리오리다.. " 같은.

 

 

 

  점토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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