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일과 日課

torana3 2012. 6. 15. 11:26

 6:30 AM- 테라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면서, 새로 생긴 첫 일과, 테라와 마주보기를 합니다.

얼마 전 병든 잎사귀를 다 떼어내 버렸습니다.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 저는 마음 약해 못하는데,, 저 없는 사이, 누가 대신 해주었습니다)

.

 

 8:30 AM-발견

기본요금이 700원이나 초과 하는 , 먼거리를 지하철과 버스로 갈아 타고, 종점에 내립니다.

그시간에 출근하는 동료들이, 픽업 해주는 것이 보통이나, 슬슬 걸어 오르는 재미를 놓치기 싫어 샛길로 빠집니다.

이런 바윗틈, 응달에 존재하는 의미 앞에서 , 잠시 멈춰봅니다. 존재의 반이나 포식 당하고도 의연합니다.

 

 

8: 50 AM-마음이 6개월

애초에, 환자들의 동무나 하라고  기증 된것을 몸이 너무 커서 위협적이라는 편견 때문에, 경비견으로 차출 됩니다.

자기가 하고 싶지도 않은 일로 생을 보내야 한다니... 억울 합니다.

슬픈 눈입니다.. 종일, 우워워.. 하고 웁니다. 곧, 사납게, 낯선이들에게 컹컹거리면서.. 제 직분에 길들여질 것입니다.

 

 

 

11:00 AM- 동행

K氏 의 외래 방문일입니다.  대사 질환으로 어려서부터 평생을 약을 먹고 식이 조절을 해야 했습니다.

충동, 공격 행동, 편집 증상으로 입원 했었습니다. 병이 뇌에도 영향을 미친 것인지.. 괴롭고 답답함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몸부림인지..

다행히, 치료하고 곧 그녀의 착한 본성이 드러나 주었습니다.

입원해서도, 줄곧 잊지 못하던 것이, 입양한 유기견입니다. 그 먼길을, 품에 꼭 안고, 약을 타러 옵니다.

둘이서 잠시도 떨어지지 못합니다. 같이 있으면서도, 그리움이 가득 담긴 촉촉한 시선을 줄곧 교환합니다.

 

 

 

 오후- 굴레

일합니다. 그런데 페이퍼 웤이 많습니다. 공공의료이므로, 우리는 진료를 하고 있다는 것을 낱낱이 기록 해야만 합니다.

정작 정말 필요한 일, 그들을 어떻게 보살 필 것인가, 회의하고 한담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돈을 받지 못하는 행위는 못합니다.

약을 준다. 면담한다. 밥먹인다, 당연한 일들을 일일이 증명 하라고 합니다. 전문진료 행위 수행을 믿지 못합니다.

아니면, 조례를 만들고, 서식을 만드는 일들이 그분들(소위, 감독자들)의 주된 업무고 성과인지, 수없이 추가되는 서류들이 쌓입니다...

결국은 쓰레기가 되겠지만, 그게 묘하게도 유용한 굴레, 고삐가 되어 우리는 하라는 대로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5:00PM- 마감

응급이 없거나 일이 빨리 정리가 되는 날에는, 퇴근 한 시간 전에는,  산책이 가능합니다.

천천히 한 10여분 산에 오르면 정상이 평평하고 억새 밭이 있습니다. 주변에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 쌓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산 아래가 아무리 추워도, 따뜻해서, 이런데가 명당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 가을에 핀 꽃들이 그대로 말라서, 새로난 잎새들과 같이 어울려,억새풀이 바람따라 하늘거립니다. .. 작은 풀벌레, 투명한 연두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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