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에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절경, 중의 하나, 수채로 묘사
뭐든, 키우는 일에는 자신이 없습니다.양육에 있어서 필수라 할
계획, 규제, 지속적 관심, 일관성과 같은 덕목은, 오래전부터, 제 인격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고민을 자주합니다.
이십년 전 쯤에 꽤 큰 벤자민 화분을 구했습니다. 애들 어려서는 크리스머스 장식으로도 하고,
어느듯, 이사 할 때마다, 가지고 다니던 것을, 한동안, 집에 그런 화분이 있기나, 한 것인지,
분갈이 한번 안하고, 물도 생각 날때나 한번씩, 그냥 놔두던 것이, 내심은, 죽지나 않았나,
신경이 쓰이면서, 이번 이사 때는 없애는 게 낫겠다, 단단히 결심하며, 일부러 정떼려 외면했습니다.
이사집 센터의 직원들이,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에, 잊고, 트럭에 실어버렸습니다.
좀 웃음이 납니다. 저는 가끔, 의미부여나, 의인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네가 기어이 우리랑, 살고 싶은 모양이구나.. 짐을 풀면서, 그냥 아파트 화단에 내려놓아도 되었지만,
이제 그럴 수는 없습니다. 다시 들고 올라와, 분갈이 전문하는 사람을 불렀습니다.
요새는 안나오는, 좋은 나무다, 이제는 나무라기보다는 괴목이다, 라는 설명을 들으니,
내 매몰찬, 결정을 취소 한데, 안도 했습니다.
흙이 거의 안남을 정도로, 뿌리만 엉기어, 플라스틱 화분을 쪼개 부수고서야, 다른 화분으로 옮겨 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큰 항아리 화분에 넉넉하게, 적당한 가지 치기 까지 해서 의연하게, 아주 연한 새잎을 만들어 가며,
저희랑 잘 살고 있습니다...
요새 길가다가,,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잎들을 다떨어 뜨린, 수없이 불규칙한 형상으로 뻗어가는
나무 가지를 올려다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생명' 의 도식, 프랙탈입니다.
자기 유사성을 가지고 이어 뻗어가는, 생명을, 박스종이로 만들었습니다.
숲 선생님 께서 조형감각이 좋아졌다고,, 칭찬 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