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지난 계절에는 몰랐습니다.
푸른 빛을 다 놓아 버리고서야,
나의 빛깔을 알았습니다.
그게, 슬픔인 줄을,
그토록 기쁨이 가득 한 줄을,
그것이 아름다움인 줄을.
시새워, 발돋음 하면서
그리도 얻고져 했던 , 태양의 빛을,
이제는 더이상 원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날타리의 등에 실리어 맴도는
작은 빛 , 그 간지러운 애무가 기꺼워
부드러운, 마른잔듸위에
마음을 길게 뉘어 놓습니다.
젖은 낙엽이 눈물처럼, 한잎, 두잎 떨어집니다.
다 말라버리면,
아무런 빛깔도 남지 않으면
그때는 내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긴 휴면일 뿐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쓴 시입니다, 한때, 숨쉬는 것처럼, 시가 줄줄이 나왔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노력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시집을 샀습니다.
내 20대 초반, 어두운 사색을 명료하게 밝혀주던 매혹적인 시어들. 강은교 시인의 시였습니다.
그 분이, 예순이 넘어 최근에 시집을 내셨다해서-네가 떠난 후에 너를 얻었다 . -
하나도 다듬어 지지 않은, 맨살과 같은, 누구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의 시인의 마음이라,
삶이란 이렇게 변해가는구나,,, 라 느꼈습니다.
이번주에, 순전히 아크릴 물감으로, 내 마음속에 있는 가을 숲을, 점찍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