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거북이

torana3 2010. 3. 25. 14:14

뉴헤이븐이라는 미 동북부의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예일 대학의 캠퍼스가 있어 유명하지요

거기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교외의 마을에서 잠시 살았었습니다.

부엌의 창문만 열어도 아름다운 숲, 새울음,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꽤 너른 잔디밭 너머에는 울타리가 있고 사람들이 잘 들어가지 않는 늪과 숲으로 이어지지요.

 

여름 이었습니다. 볕이 따갑고, 청명한, 하늘 빛이 눈부신.

잔디밭 한가운데로 거북이 한마리가 힘겹게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숲에서 나왔을 터인데 방향이 마을 쪽이라 걱정이 되었습니다.

볕이 뜨겁고 금방 찻길인데...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수건 하나 들고 가까이 가보았더니  일단 멈추고 경계합니다.

큰 접시만하고 껍질은 바위처럼 두텁고 눈빛이 강하며 금새라도 달겨들 기세입니다.

우선 수건으로 덮어서 들어 올리는데 요동을 치기도 하지만 무겁습니다.

겨우 들어다 잔디밭 끝으로 가 울타리 너머 숲그늘에 내려다 놓았습니다.

 

가까이서 그렇게 큰 거북을 본것은 처음입니다.

참 살아가기에 불편해 보이는 모양새입니다.

바위처럼 무겁고 단단하며 순하진 않으며

쏘아 보는 눈빛이며 방향을 잃어도 끊임 없이 움직이는것이  태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주초에  아들이  평소보다 4시간이나 늦은 12시가 넘어 귀가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눈비가 내려  차가 많이 밀렸다 면서 별 내색없이 방에 들어갑니다.

묵묵히, 천천히 제 할일을 다하는 아들입니다.

지난시절 견뎌낸 수 많은 마음의 상처가 단단한 껍질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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