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곁을 떠나려 할때마다 어머니는 길떠남을 하시어
이별 의식에 대신 하셨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려 할때
그 겨울 어머니와 금산사를 찾았습니다.
검은 산새가 인기척에 놀라 후두덕 날아 오르자, 가지에 쌓인 눈이 흩뿌려집니다.
거기서 어머니는 사소(娑蘇)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집을 떠나는 딸을 다독이며 밀어내셨습니다..
졸업하고 수련 받고 결혼해서 아이 낳을 때까지 정신없이 살다가
첫 직장을 어머니 집 근처로 정했습니다. 거기서
아이들은 할머니 손에 이끌려 내 어린시절 처럼 자랐습니다.
이태 뒤 다시 서울로 직장을 옮길 때 어머니는
우리 모자를 데리고 길을 떠나셨습니다.
내소사 법당의 비켜서 봐야하는 웃는 미륵부처님 벽화를 보여 주시러.
서울이래도 어머니는 자주 손주들을 손수 데릴러 오셨고 어느새
그렇게 가까운듯 살다가..
미국에 연수 가게 되었다고 말씀 드리니.. 잠깐 서운해 하시면서"나 언제 죽을지 몰라.."
하셨지만 그해 여름, 아이들을 데리고
순천의 강천사로 또다시 길떠남 의식을 치루셨습니다.
구름 다리 위에서 우리 아이는 고소공포를 이기려고 무념무상을 외웠고.
어머니와 저는 똑같이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 마음이 어떠 했을지.. 도무지 기억이 안납니다.
어머니는 지금 다른 노인들과 같이 생활하십니다.
뵈러 가면 잠깐 반가워 하시고는 손을 저어 자꾸 가라고 하십니다.
외로움을 읽어 보려해도, 추억을 되살려 보려해도
몰라, 몰라 하시면서 깊고 어두운 곳으로 마음을 묻어 버립니다.
혼자서 알 수 없는 그 길로 훠이훠이 가시려고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