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컴퓨터 창에 처음 보는 남녀 두분의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부부사이임을 직감 합니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문제 일 수도 있고 또는 한분의 병증이 깊지만, 치료를 완강히 거부 할 경우
같이 치료를 받아 보자고 설득 하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 이하 세세한 증상은 생략합니다)
여러 인격이 번갈아 발현 되는 섬뜩한 주제의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지만
(시빌 이나 히치코크의 사이코, 또는 빙의 를 주제로 한 영화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순수한 하나의 인격 만을 가지고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건강하다면 자아의 경계가 잘 분리 되어 있어서 적절히 대상과의 관계를 유지 할 수 있지만
앞의 부인의 예처럼, 배우자라는 다른 인격을 나의 이미지를 덧 씌어 창조한 그인격을 확신하고,
그것을 실제 상대에게 투사 하여 조정 하고 싶은 욕망이 제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실제 자아는 너무 작아 져 버려서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 하고 오로지 다른 인격에만 매달려 자칫 정신의 분열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심각한 병적 증상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나의 자녀, 배우자 가족과 가까운 대상을 내안에 들여다 놓고 같이 삽니다.
자/ 타의 구별이 안되어 나를 잊고 (또는 희생하고) 상대의 삶만을 위해 헌신 하는 , 이타적인 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상대를 조정하거나 나 의 삶을 잊어버리는 결국 내 의지대로는 안되는 헛된 노력에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내가 만든 상대의 인격을 나로 부터 분리 하고 내보내야만 합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쓰고 다니는 가면이 내얼 굴이 되어 버려서 떼어내는 경우 나도 잊어 버리는 불행한 일도 자주 일어납니다.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순수한 자아를 찾아내어 공고히 하고 그 힘을 키우고 행복 하게 하여 불필요한 다른 인격을 서서히 소멸 또는 물러나게 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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