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오는 주말에

torana3 2024. 7. 22. 09:24

1.  몇 번이나  날씨를 가늠 해보다가  , 맘 먹고 벼르던 정영선 의 정원전시를 보러 나섭니다. 

 몇번 안되는 나들이 때마다 안국역에서 북촌 골목길을 따라 현대 미술관으로 향했던 터라 , 

경복궁 옆에 그리 아름다운 공원이 만들어진 것 몰랐었습니다. 

야트막한 구릉에 이름 모를 들 꽃들이 군락을 이루고 빛 고운 나비들이  팔랑 거립니다. 

애써 세련된 오브제들을 강박적으로 채워 넣는 그런 꾸밈이 아니라, 

확 트인  벌판( 같습니다) 이  꿈에서 언젠가 보았던  광경인 듯 큰 숨이  몰아 토해 냅니다.

 

2. 제 전시 관람의 방식은 대부분 인물에 대한 상상을 즐깁니다. 

조경이나 건축 설계에 대한 지식이 없으므로 자세히 분석하여 관람 하기 보다는 

수업 중 , 갑자기 떠오른 시상을 끄적여 놓은 여학생의 낙서 같은 설계도  구석에 씌여진 손 글씨에 끌립니다.    

 아버지와 같이 꽃밭을  꾸미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거장의  인터뷰 영상앞에 더 오래 앉아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삐툴 삐뚤한 마당에 온갖 나무를 사고 얻어다 심으시고 후에  팔 수 있다고 호언 하셨지만

다른 재테크 와 마찬가지로 소득 없는 명목 상의 구실일뿐 그 자체를 즐기고 계신다는것은 다 아는 일이었습니다.

 나무 그늘을 피해 채송화나 봉선화 , 분꽃 , 맨드라미 씨앗을 뿌리는 것은 어머니 셨습니다.

막내 딸의 학교 교화라고 옥잠화나 방울꽃을 구해다가 심어 놓으시던 , 한치의 틈도 없던 

나의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을 다시 떠올립니다. 

 

그런 마음의 일치를 느끼면서 그가 꾸민 정원들을  찾아 가 볼 생각으로  기록해 둡니다. 

 

3.  전시장 내 책방에서,  히토 슈타이얼의 몇년전 전시 도록을 샀습니다. 

조금 더 산책을 하다 귀가 할 생각이라 ,  책의 무게를 생각하면 좀 어이없는 충동이지만, 

 어린애 처럼 신납니다. 

 

4.   주말에 나머지는  넷플릭스의 시리즈 돌풍을 봅니다. 

 젊은 날 우상이 었던 알파치노- 마이클 콜레오네 의  최고의 장면.

그가  저지르는 최초의 살인 ,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화해를 위장 하고 접근하여 

정신이 거의 나간 상태로 방아쇠를 당기고 , 그 자리에 총을 버리고 와야 한다는 당부를 

잊었을 듯,  들고  몇걸음 걷던 그 순간 관객들을 가슴 졸이게 하고 나서야 총을 던지고  나오는.

그 때의 마음 졸임을 돌풍의 주인공 박동호가  독약을 탄 술잔을 강상운이 눈치 채고 술잔을 깨는 장면이 오버랩됩니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 관객들이 '총을 버려' 하고 마이클에게 소리 치고 싶게 하는  연출이었고 합니다. 

돌풍의 히어로가 마이클 콜레 오네와 비슷 합니다. 서늘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결국 스스로 파멸로 치닫는.

 

그러나 그 후 극의 진행은 좀 서투릅니다. 비평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

 

정영선의 작은은 실외 꽃 밭입니다. 세계절을 다 봐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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