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꽃 밭

torana3 2024. 4. 5. 09:23

술에 관하여. 

우리 어머니는 술을 좋아 하셨습니다. 

늦동이인 제가  그 기원을 알리가 없지마는 자라면서 어머니가 거나하게 술에 취해 계신 모습은 익숙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현대사의 혼란속에서, 온갖 비애를 겪어 내셨습니다. 

어렴 풋한 내막은 어머니가 직접 제게 이야기 해주셨지만( 마치 한숨 처럼, 슬그머니 떨구는 눈물처럼

그렇게 그려내셨기 때문에 온전히  비극으로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그 처참한 고통을 분명히 알게 된것은 

중년을 넘긴 나이에 ,  다른 가족 들로 부터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술을 드시면, 말을 많이 하셨지만, 신세의 한탄이나 그런게 아니라, 

베르테르나, 파우스트나, 오필리어나, 문학 속의 인물을 불러내어 슬픔을 공감 하거나

소월이나 영랑 예이츠의 서정을 읊는 것으로,  그 중에 인간의 의지를 다지는 선언 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유전이라 술을 못합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  어머니의 술 대작 하는 일은 즐거웠습니다. 

치매가 와 아기 처럼 되어 버린 후에도, "아주 쪼끔만" 하며 애교를 부리시고 소주 한 잔 청해 드시며  좋아 하던 모습은 

이제 슬픔은 다 잊으셨구나 해서 저는 안심이 되고 좋았습니다. 

 

술이 문제되어 입원 하시는 환자 분들은 ( 제가 본격적으로 공부 한 바가 없어도 ) 그래서 

간접 체험으로 인한 공감이 잘 됩니다. 

대부분 치료에 거부가 많으시지만 시간을 오래 들이면 친구 처럼 지낼 수도 있습니다. 

이번주 산드라 블록이 주연한  영화 '28일 동안' 을 보면서  집단 모임을 했습니다.

" 그건 당신의 행동이지, 당신 자신이 아니야." 라는 극중 대사로 술을 이겨 내지 못하는 환자 분들에게 위로 건넵니다. 

미적 감각과 재주 많으신 L씨 의 작품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 하는 작품. 퇴원 하실 때 저 한테 선물로 주시겠답니다.

 

 

꽃밭입니다. 지능이 낮아 떼를 많이 쓰는 환자들에게 한송이씩 만들어 주시기도 합니다.

'Psychiatr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로 치유하기  (0) 2024.05.03
불안이 없는 우울  (0) 2024.04.25
봄, 회진  (0) 2024.03.27
자아 동질성  (0) 2024.03.22
봄을 기다리며  (0)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