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봄, 회진

torana3 2024. 3. 27. 11:01

1. 어제 아침  비에 섞인 눈이   잠시 내려서 , 세탁소에 맡기려고 

치워 놓았던 겨울 코트와 머플러까지 두르고 출근 했는데,  

오늘은 완연한 봄입니다. 꽃 멍울이 일시에 터질 듯 합니다.

 

2. 정신병동에도 봄은 옵니다. 

오늘 아침 회진 .

K 씨- 어제 회진때 대통령 K 의 이름으로 명한다! 오늘 중으로 퇴원 시켜라

그래서 웃음을 삼키고 진지하게 

회의를 소집 해야 할 것 같은데요. ( 국회를 열어야 된다고 응수하고 싶었는데 망상이 더 심해질까봐) .

대개는 매일 레파토리가 바뀌어 오늘은 다른 말씀이 있을 줄 알았는데 회의 했냐고 묻습니다. 

좀 당황 . 아직 사람이 안모여서.. 얼버브리고 화제를 바꿉니다. 

오늘은 무슨 소식이  있었냐 ( 매일 TV 뉴스보고, 노트에 알수 없는 말들을 빽빽히 적어 두십니다) 

 한참 고민 하더니 -인간은 무엇을 가지고 사느냐. ..

한 수 배울 수 있는 기회라, 무엇을 가지고 살지요? 하문을 기다립니다. 

-모릅니다. 아 네... ( 오직 모를 뿐,숭산 스님 말씀 )

 

Y 여사 

얼마전에 유방암 발견되어   종합 병원 에서 수술 받으시고 검사 결과 들으러 어제 외출 다녀 오셨습니다.

다행히 전이 가 안되어서 항암 치료도 안받으셔도 된다 합니다. 

 제가 장담을 했거든요 괜찮을 거라고, ( 저는 가능하면 긍정 사인을 보냅니다. 이런 경우 영험 하다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내 예상이 틀릴 경우도 있으나 그래도 긍정 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회진 때 손 마주 잡고 축하 해주었습니다. 활짝 웃으십니다.

 

입원 시킨 것에 대한 분노로 다시는 가족과 말을 안하겠다는 C씨. 휴대폰이 고장이 나서 난감 합니다. 

이 기회에 화해 하도록 부추깁니다. 그럴려고 했던 듯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배시시 웃으십니다.

 

조용히 남의 컵들을 가져다가 밤중에 글씨 지우고 숨겨 놓았던 KY씨.   한동안 순하게 협조적이라 고마워 했는데, 

 그런 일을 꾸미고 있을 지 몰랐습니다. 오늘 모두 회수 당하고 드디어 다시 증상 호소와  요구가 쏟아집니다. 

 

S씨.

화려한 젊은 날의 이력이 있습니다.  술이 문제 되어 지난 겨울에는 위험했었습니다. 

조금씩 회복 되어 가는데, 음악 명상 씽잉볼 연주 등 마음을 다 잡으려고 애를 쓰시는데

한동안 몰두하던 종이 바구니 공예를 거의 완성 하셨습니다. 

화사한 개나리 색에 잔잔한 무늬 도 넣어서 손색 없는 작품입니다. 

장날  자리 깔고 팔러 가자고 하니 호쾌하게 웃으십니다. 

 

무사히  회진을 마쳤습니다.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처럼 차곡차곡 들어 갑니다.
예쁜 그림 그리기 계속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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