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artsoop)이야기

젊은 예술가에게

torana3 2018. 8. 6. 09:01




제가 숲 화실에 혼자 있을 때 즐겨하는 작업입니다.

마치 텃밭에 나가, 요리에 쓸 재료를 뜯고 잘라 오고 줏어 오는 것 처럼,가위하나 들고  화실 안을 뒤지고 다닙니다.


때로는 작품의 일부를 잘라오기도하고  만들다가 미완성인 채로 놔둔, 또는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 놓아, 구석에 먼지 쌓여 잊혀져 가는 소품들,

조금씩 남은 재료들( 숲 화실은 마치 필요의 방- room of requirement- 처럼 없는 것이 없습니다)

 작가들이 아끼고 애착하는 작품, 완성품은  절대 손대지 않습니다.

지난 주말, 전에 만들어 놓았던 작은 조형 작품을 트리밍 해서 재창조 작업을 하느라고, 더위도 피부병도 잠시 잊었습니다.


카카오 프렌즈의 라이언에게 갈기를 심어 주는 작업입니다.

사자인데도, 갈기가 자라지 않아, 열등감을 갖는,  댄스와 음악을 좋아하고 ( 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달리기와 점프에 능하며, 착하고 배려심이 많아 친구 들 사이에 의젓한 리더입니다.

별을 보고, 옛날 사진을 보고, 눈물 짓는 이 캐릭터에 자주 감정이입을 하느라 뭉클 합니다.





숲 영 아티스트들 사이에 채팅:

예술을 하는데 개인의 주관과 감정, 또는 객관적이며 아카데믹한 이론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작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반짝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뒤로 밀려버리는 수 많은 시각적인 예술 품들을  

길고 깊게' 세부적으로 서술'하는 감상은 이제 소용이 없는 행위로 보입니다.

오히려 구태의연한, 해석하기도 애매한 학문적 용어들이 남발하는 전시의 카탈로그나, 미학 비평서들은 자기만족적인 형식일 뿐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근대에 프로이트나 다른 해석 심리학자들은 , 예술품을 분석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인간의 정신을 분석하는데, 예술가들이 표현한 정신세계만큼 적절하고 매혹적인 것이 없을 겁니다.

게다가 초현실 주의 작가들( 살바돌 달리, 르네 마그리트, 키리코)은 프로이트의 견해에 따라 작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퍼즐 처럼, 작품의 곳곳에 숨겨놓은 암시 를 찾아 내어, 모든 학문을 동원하고 집단 무의식이라는 원시성과 선험적인 근거까지 들어

멋진 비평을 내놓아, 지적인 쾌락을 자극합니다.  비평가들은 작품과 동떨어진 , 자신의 비평에  스스로 도취되기도 합니다.


현대의 미술 시장에서는, 작가 개인의 재능이나 걸작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광대한 광장에서, 얼마나 공감 할 수 있는가,  감동과 행복감을 주 가,이해가능한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라는 요소들로 작품은 관심을 받게 됩니다.

그것은 작가가 작업하는이유와  목적이기도 합니다.

현란한 수사로 작품을 분석하는 일이 더이상 흥미를 끌지 못한다면 그러나 , 왜 예술가들은, 여전히 학문을 동반해야 하는가,


. 인간이 존재하는 한, 한계와 고뇌, 생과사에 대한 의문은 계속 될 것이며 ,

예술은 혼자서 , 고독하게, 인간이라는 무궁무진한 신비의 존재를 (자기자신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탐구하는 대단히 주관적인 정신 행위입니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동반 하는 일은 예술의  길잡이이기도 하지만 ,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게 해주는 힘을 줍니다.  

가장  주관적인 자아를 발견 하여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내하고 기다리며 신뢰를 갖고 희망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혹시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예술을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삶에 큰 무기이며 선물이 됩니다.



"무릇 예술가라고 하는 존재는 세지도 헤아리지도 않아야 합니다. 예술가는 나무처럼 성장해가는 존재입니다. 수액樹液을 재촉하지도 않고 봄 폭풍의 한가운데에 의연하게 서서 혹시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일도 없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여름은 오니까요. 그러나 여름은 마치 자신들 앞에 영원의 시간이 놓여 있는 듯 아무 걱정도 없이 조용히, 그리고 여유 있게 기다리는 참을성 있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을 날마다 배우고 있습니다. 나는 오히려 내게 고맙기만 한 고통 속에서 그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인내가 모든 것이라고!"

"진정한 운명들은 한시적인 고통 이상의 고통을 요구하며 또한 위대함으로 나아갈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고 영원성을 추구할 용기를 더 많이 주기 때문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숲(artsoop)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업 Class  (0) 2018.08.28
숲 속에 모여앉아   (0) 2018.08.23
호모 아르텍스(homo artex)  (0) 2018.07.05
검정사용설명서  (0) 2018.06.28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0) 2018.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