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곤지암 유감

torana3 2018. 4. 11. 08:30

아침 회진 중에 할머니 한 분이,

" 내 흰색 마이 어디 갔어"

상주 하시던 간병인이 휴가중에 대신 근무하러 온 간병인이 어리둥절 합니다.

따라 온 간호사가  설명합니다. 환자복을 그렇게 말하는 거랍니다.

어제는 그 할머니께서, 쌀집이 어디야- 왜요 뭐하시게요- 빨리 쌀 사가지고 와서 밥해 줘...

그러시더랍니다.

저는, 정신이 온전치 못할 뿐, 거짓이거나, 남을 괴롭힐 의도는 없는 그런분들을, 아마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고 지냈습니다.

자신을 방어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약자로서 핍박을 받을 거라는 편견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작은 동물처럼, 어린 아이처럼,  보호와 사랑을 구하는 정서와 제스춰를 알고 있으며, 또한 인간은 그에 반응 할 줄 압니다.

 측은 지심, 이타심입니다.

인간인 이상 , 완벽할 수는 없다해도  , 이 일에 종사하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일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일을 오래 하지도 못합니다.


1990년대 초 몇 년동안 그 유명한 곤지암의 병원에서 일했습니다.

물론, 떠도는 루머라는게 너무도 터무니 없어 ,실소합니다.

오래 된 건물이며 후에 폐쇄 되어 있었으므로 시설이 낙후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분은 어디 가셨는지,,  그 날  흥분하고 두려워 하는 환자를 달래며 다친 상처를 봉합하느라고

둘이서 붙들고 씨름하다가,, 우리는 좋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참 좋은 직업이다.. 하며 흐뭇해 하던 그 간호사,

 대야에 물을 담고 빗질 하며 환자의 머릿 이를 털어 주던  간병사...

( 그날 밤, 저는 어린시절 이를 잡아주던 어머니의 꿈을 꾸었습니다)

오빠를 만나러 왔다가, 부모와 주치의에게 '왜 입원을 시켰느냐고 울면서 항의하던 어린 소녀.

외과 의사가 수술을 하는 것 처럼, 아프고 싫은 치료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집에 가겠다고 매일 난동을 부리며 우리를 곤란하게 했던 그 스므살 오빠는, 가라오케시간, 다른 환자들을 위해 멋진 노래를 부르는 단골 멤버가 되었고,

면회 온 예쁜 여동생과 웃으며 병원 마당을 산책했습니다.

원장님. 저는 대학병원과 교과서에서 배운 모든 이론 보다도 더 많은 것들을 그분에게서 배웠고

정신과의사로서의 정체성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여러 다른 병원을 거쳤지만, 30대 초반 곤지암의 병원에서 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 평생 주치의로 제 가는 곳마다 따라 오신 분 , 몇 년이 지나 수소문해서, 그저 보고 싶었다고  찾아 오신 분들도 그 병원에서 만났던 분들 입니다)


 벚 꽃이 피고 지는  봄 날 , 골바람에 실려 꽃잎들이  하늘로 날아 올라갑니다

산에는 지천으로 나물들이 돋아나, 환우분들과  뜯으러 다녔습니다. 때때로 파티를 열어 같이 망가지고 웃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을, 안타까워 같이 울고 지냈습니다.


두려워하고 백안시하는 것은 , 자신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괴물을 부정하고 억압 하는 일입니다.

잘 달래서 밝은 곳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 실체는 내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과 크게 다를게 없습니다.


저는 그 영화 절대로 안볼겁니다.

그 장소, 그 추억들이 많이 그립지만은....




세이프 오브 워터의 화가의 수작업 그림은 사진에 밀려  팔리지를 않습니다. 이제는 그보다 더, CG의 기술을 따라 갈 수 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맑은 눈을 흉내내봅니다. 그 눈은 제 눈안으로 들어 옵니다. 긴 시간의 작업은  정신에 깊이깊이 박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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