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iatrist

낙엽, 연기, 먼지 그리고 바람

torana3 2017. 10. 17. 14:36

또 다른 가을을 맞았습니다.


낮동안  기온이 높아 몰랐는데, 아침 출근길이 쌀쌀하여 실감합니다.

어김없이 단풍은 살짝 들어, 짧은 향연을 벌리고는, 남은 색조 까지 다 소진한 채 낙엽이 되어 떨어집니다.


.노인병원에서 근무 한지  이년째입니다.

30년 정신과 의사생활 중에 통털은 것보다 많은 수의 죽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삶의 말미, 죽음의 경계에 다다른 그 영역에서 서서히 이행 하는 노인 들하고도 마치 내일이 영원 한 것 처럼

여전히 안부 묻고, 식사 권하고, 힘겨운 육신을 부축합니다.

한번씩 심한 고비를 닥칠 때마다,

-이번은 아니에요,아직은 검사결과 다 좋으세요... 할 수 없어요, 다시 힘내서  일어 나셔야 되요,

그저 희미하게 웃으십니다. 안도 하는 것도 아니고 , 의심도 안하십니다.

마음은 , 마른 낙엽처럼 가벼워 보입니다. 어린 아이 처럼, 아프고 배고파 칭얼거리거나 깊이 주무십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그 엄중한 숙명의 앞에서도, 여전히 사소한 갈등으로 마음이 한번씩 헝클어집니다.

눈앞에 놓인 짧은 인과因果에 매달리고, 나라고 믿는 허상을 붙들고 목청을 높힙니다.

안그러려고 해도, 자꾸 또 다시 그럽니다.

거울속의 어리석고  욕심덩어리 마녀 처럼, 나를 보기가 두렵습니다. 


영화 스타더스트에서 골육상쟁, 치열한 싸움을 벌이다가, 죽게되는 영혼이 순식간에 가벼이 날아 올라

성벽위에, 담위에, 나뭇가지에 걸터 앉아 인간세상을   구경하고 있는 먼저 죽은 영혼들을 만나,

.이승에서의 원한은 다 잊어 버리고 낄낄거립니다.

그럴른지, 어떨른지, 그 영원의 세계는  알수야 없지만 그러나

잊어버리고 잃어 버리고 소멸 된 후는

푸루스름한 연기같고 먼지 같은 흔적만 남게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조계사의 국화장식입니다. 이 캐릭터의 만화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한참 애먹었습니다.

날아라 수퍼보드입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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