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은 전형적인 시골 농가 였습니다.
처음 결혼 했을 때 아궁이에 불 때서 가마솥에 밥하는 재래식 부엌이었으며
수확한 작물, 농기구, 땔감들을 보관해 놓는 허청과 곳간,
마당 한가운데, 장다리로 받쳐 놓은 빨랫줄, 곡물을 말리거나, 여름 모깃불 피워 놓고 누워 하늘 보다 잠들기 좋은 다용도 평상,
서까래가 들어난 , 단지 초가를 스래트 지붕으로 바꾸었을 뿐인 흙집 사랑채...
철없는 새댁인 저는 그저 만사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한때 소나 돼지를 키웠을 듯한 우리안 컴컴한 구석에 검정 토종견 한마리가 항상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달래서 밖으로 끌어 내려해도 겁을 잔뜩 먹은채 뒷발로 완강히 버팁니다.
어려서부터 줄을 매어 넣어 놓았더니, 줄을 풀어도 나올 생각을 안한답니다.
정신의학의 입문기 였던 때라, 나름, 스키조이드 캐릭터 ( scizoid character) 라 진단을 붙였었습니다.
나 혼자 산다, 이불밖은 위험해, 미운 우리새끼... 등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는 행태를 소재로 하는
TV의 예능 프로그램이 트랜드입니다.
1인 가구의 수가 급증하고, 이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오프라인 시장을 능가 할 정도로 중요해져,
반드시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발달 과제라는 말도 무색해집니다.
소셜 네트워킹으로 친분을 맺고 필요한 정보와 물건을 구입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았던 세대와는 혁명적으로 사고의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더이상 그들을 병적인 인격이므로 치료의 대상이며 사회생활과 대인관계를 강요하는 치료목표를 제시 할 수 가 없게 될 듯 합니다.
둥지를 새장으로 만들어 버린것은 우리세대의 부모들 탓일 수도 있습니다.
타인과 세상을 믿지 말라하며 남보다 더 단단한 무기로 무장 할 때 까지 밖으로 나갈 기회를 유예 시킨 탓입니다.
어제의 일을 분석하여 내일을 예측하는 인과적 공식만을 붙들고 있느라고 생로병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적 만큼이나 많은 수의 친구를 얻었으며 온갖 예상 되는 곤란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를 만나, 자녀를 낳고 키우는
동안 , 그 어려운 가시밭길 사이에 보석을 줍듯 얻어낸 기쁨과 행복을 그들은 무엇으로 대처 할 것인지...
달리 생각하면 그들은 이미 둥지를 떠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달라져 버린 세상에서 나름 대로의 자생력을 키우고 있으며, 여전히 ,
새장을 만들어 가두고 있는 것은 부모들이며 자신들의 불안을 투사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드는 멋진 신세계를 그저 구경만 하는 것이 옳을지도 ....
둥지인지 새장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은, 부모라 이름 지어진 인간의 영원한 딜레마 입니다.
카셀 도큐멘트 2017 , 도록에서 골라낸 그림입니다. 유럽의 예술가들은 그리이스나 아프리카의 원형적 이미지에 심취해 있답니다.
둥지를 새장으로 여겨 겨우 빠져나온 라푼첼은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어머니의 이미지는 자기의 욕심으로 딸을 가두고 있는 마녀입니다.
세상이 위험해도 놓아 주지 않으면, 마녀로 취급 당합니다... 흑
'Psychiatr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안의 몬스터 (0) | 2017.11.07 |
---|---|
더불어 살기 -zootopia (0) | 2017.11.01 |
낙엽, 연기, 먼지 그리고 바람 (0) | 2017.10.17 |
대화가 필요해! (0) | 2017.10.11 |
미움 받을 용기에 대하여 (0) | 2017.09.27 |